코스피 5,000

by 이종철


요즘 한국의 주식 시장이 연일 불붙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재임 중 코스피 5,000 포인트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는 다소 허왕돼 보였었는데, 지금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이재명 정권이 등장한 이후 벌써 30% 가까이 상승을 했다. 한국의 자본 시장이 대표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가장 큰 이유가 코리아 리스크에다가 다우와 나스닥의 등락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어제 주목할 만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으로 지난 주말 다우와 나스닥이 마이너스 769포인트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미국 시장이 상승 기조를 잃지는 않았는데, 이 정도 조정은 적은 것이 아니다. 이 정도 조정이라면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코스피는 최소 100 포인트 이상 하락한다고 보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 시장이 오히려 52포인트나 될 만큼 큰 폭으로 상승을 한 것이다.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한국 시장의 상승 에너지가 미국 시장의 상황에 관계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간 미국 시장에 대한 연동과 의존을 벗어나 디커플링decoupling)할 수 있다는, 다시 말해 미국 시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독립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 세계 시장이 미국 시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상태에서 한국만 독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한국 시장이 노력 여하에 따라 독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런 현상은 대단히 고무적인 것이다. 이른바 절대적 의존에서 상대적 의존으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존은 국방과 외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가 주한 미군의 전력을 상당 부분 빼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면 국방에서도 자주 독립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군 주둔은 남북 관계 이상으로 중국의 남하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연결된 상태에서 한국이 그 주둔 비용을 다 지불할 이유는 없다. 외교적으로도 한국은 미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을 벗어나 중국과 러시아 등 북방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 한국은 이제 강대국 하나에 빌붙어서 사는 수준은 벗어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는 적어도 그런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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