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란 사자성어가 있다. 강남의 귤이 강북에는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똑 같은 물건이나 사람이 주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말한다.
지금 한국에서 출판은 대표적인 사양 산업이라 할만큼 열악하다. 출판을 하기가 힘들고, 출판을 해도 책이 팔리지 않는다.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으니까 책이 안 팔리고, 책이 안 팔리니니 출판에 투자했던 돈을 환수하기 힘들고, 환수하기 힘드니까 다시 책을 출판하기 힘든 상태다. 이런 상태이니까 언감생심 저자가 인세를 받기도 힘들다. 이렇게 열악한 상태에서는 출판인들도 기획 출판이나 새로운 필자를 개발하는 것 같은 모험을 할 수가 없다. 한국의 출판에서 유독 번역 출판이 많은 지의 이유이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 있는 것이 현재 저술과 출판의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강남의 귤도 강북의 탱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무너지는 성, 침몰하는 배에서 그것을 되살리려는 작업은 헛된 것이다. 여기서는 탈출하는 것 외에는 그야말로 '노답'(No Answer)이다. 나는 이런 한국의 출판 환경을 벗어나 영미 권의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것이 새로운 탈출구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히려 해외 출판의 환경이 훨씬 유리할 수가 있다. 누가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가 있다. 내가 올 해는 무슨 수가 있든지 그 문을 두드리려고 한다. 과거와 같은 언어 장벽이나 기타 여러가지 해외 출판에 따른 장벽이 현저히 낮아졌다. 한 마디로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나가자! 나가는 것만이 사는 것이다! 작가와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한국을 탈출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이 일을 함께 할 필자들을 함께 뜻을 모아보는 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