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는 꽃
먼지처럼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산을 올라간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눈길 사이로. 아무도 없는 고요함 속에 그 혼자 홀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혼자가 된 늑대처럼 서성이며 있는 모습이다. 산 끝 꼭대기로 올라갈 때쯤 멀리 보이는 목련나무가 흰색소복을 입은 것처럼 서있으며 그 아래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묘비하나가 보인다. 그는 셔츠 소매로 묘비를 닦으며 슬그머니 보이는 글귀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그대가 잠이 올 때" 그는 젖은 소매로 묘비를 바라보며
"너무 내가 늦게 왔어 , 내가 너무 많이 늦게 와버렸어 이렇게 차가운 바닥에서 내가 따듯하게 있어줘야 하는데 네가 참으로 늦게 와버렸어" 그는 그 말 한마디에 많은 감정들이 보였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며 흐르는 눈물도 차가웠고 흩날리는 눈에는 그의 애절함이 담겨있었다. 그의 곡소리가 산아래에서 메아리 소리처럼 들렸다.
고흥 호형리 에 있는 마을 겨울바람 탓인지 차가운 바닷가의 소금 냄새가 짙게 퍼져나가고 있고 바다옆에 길에 자전거를 끌고서 가고 있는 한 청년의 손끝은 추위에 얼어 빨갛게 굳어 있었다. 청년이 쥔 자전거 핸들은 차가운 쇠맛이 그대로 전해졌고, 어깨에 메고 있는 책보에는 낡은 교과서 몇 권이 무겁게 담겨 있었다. 청년은 종종걸음을 멈추고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배가 들어오는 소리를 바라보며 한참을 보다, 멀리서 굴뚝 하나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청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연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 그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밥 짓는 냄새가 그의 코에 맴도는 듯한 따듯한 향내를 풍기며. 청년은 자전거를 힘껏 밀어세우며 종종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매!”
대문 앞에 다다르자 청년이 소리쳤다. 곧이어 문 안쪽에서 바지런한 손길로 땔감을 넣던 어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매, 나 왔어!”
어머니는 청년을 보자마자 반가운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오메야, 이 추운데 그 얇은 거 입고 댕기믄 우짤라그랴! 얼른 안으로 들어오그라!”
그 말과 동시에 연기 가득한 부엌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솥뚜껑 사이로는 김이 모락모락 흘러나오고, 갓 지은 보리밥 냄새와 된장국 향이 겨울 공기를 뚫고 마당까지 퍼졌다. 청년은 자전거를 대문 옆에 세워두고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서며, 추운 줄도 모르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밥 지으시는 거예요?”
“그라제. 니 좋아하는 고구마도 쪄놨어. 손 허벌나게 시렸제? 손 좀 내놔봐라, 내가 좀 따숩혀줄라고.”
어머니의 손은 거칠지만 따뜻했다. 불 앞에서 오래 있었던 탓인지,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청년의 굳은 손을 천천히 녹이고 있었다. 부엌 안은 따뜻했고, 밖의 찬 겨울과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청년은 아무 말 없이 그 온기 속에 잠시 몸을 맡겼다.
그 따뜻함은 겨울에 피어오르는 꽃처럼 아늑하고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