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에 사무실이 서울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전할 예정이고, 직주근접을 위해 나도 이사할 예정이다. 전세 계약도 회사 이전 시기 즈음에 끝나기 때문에 타이밍이 딱 (전문용어로는 아다리) 맞는다. 다만 문제는 내가 휴직 중에 사무실 이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
1. 올해 12월에 전셋집 뺀다.
2. 짐을 창고에 넣고 (그리고 어디서 지내지?)
3. 휴직기간 동안 여행을 다녀온다.
4. 한국에 들어와서 집을 구하고 (금방 구할 수 있으려나)
5. 창고에서 새로 구한 집으로 짐을 옮긴다.
이렇게 하면 집을 빼고 들어가는 3~4개월 동안 전세금을 이용하여 투자.. 까지는 아니고 예금 이자를 받을 수 있고, 관리비도 나가지 않는다. 단점으로는 이사를 두 번 해야 하고, 창고 비용도 나가고, 여행 전후로 머물 곳을 구해야 한다. 왠지 단점의 개수가 더 많은 듯 하지만, 비용을 우선하기로 했다.
창고를 구하면서 알아보니 대충 3가지 타입니다.
1. 야외에 있는 컨테이너
2. 실내 또는 지붕이 있는 곳에 있는 컨테이너
3.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과 관리되는 창고
3~4개월 동안 야외에 보관하면 덥거나 춥거나 습해서 짐이 상한다는 의견이 많아서 선택사항에서 제외했고, 우선 3번의 형태를 알아봤다. 찾아보면 시내 곳곳에 창고 임대를 하는 곳이 많다.
1톤 트럭의 짐칸이 2.7m x 1.6m라서 4.3㎡이지만 꽉 채우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대략 4㎡정도이다. 이 정도 규모의 창고를 빌리려면 한 달에 25~30만 원이다. 그러다가 집 근처에서 2번 형태의 창고를 알게 되었다. 조금 작지만 가격이 15만 원이어서 이곳에 보관하기로 했다. 쇼핑몰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주차장 건물에 소형 컨테이너를 놓은 형태이다.
평소에 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삿짐을 싸다 보니 물건들이 서랍과 구석국석에서 끊임없이 나온다. 미니멀 카페에서 둥지파괴(수납장을 아예 없애는 것)를 하라는 이유를 알겠다. 부랴부랴 안 쓰는 물건들을 일부 당근하거나 나눔을 했으나, 창고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았다. 안 들어가면 무엇을 버려야 하나 시뮬레이션까지 해봤다. 다행히도 용달 기사님의 테트리스 실력 덕분에 겨우겨우 들어갔다. 지금 보니 창고 크기가 3.2㎡이다. 들어가는 게 참으로 용하다.
그리고 남은 기간은 부모님 댁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부모님과 단란하게 식사를 하나 싶었지만 연말(12월 초)이다 보니 이른 송년회와 송별회 그리고 장기여행을 대비한 병원 투어 때문에 떠나기 전날 겨우 저녁을 같이 했다.
내년에 들어갈 집을 구해야 하는데, 전세는 보통 2개월, 길어야 3개월 전에 내놓기 때문에 내년 3월 중순에 입주 가능한 집이 거의 없다. 지금 선택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집을 고리기보다는 내년에 구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집 중에서 고르면 선택권이 별로 없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기도 한다.
어쨌건 1차 이사(집->창고)를 마무리했더니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여행에 필요한 짐 일부와 집에서 입을 옷을 제대로 안 챙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