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시간이 많다 보니 남들이 잘 안 가는 도시를 찾아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가 너무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소수의 관광객이 가는 도시들을 둘러볼 예정이다.
그 첫 번째는 이포(Ipoh)이다. 이포가 어딘가 싶어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여주 이포보가 나온다.
이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차나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당일치기 관광으로 많이 가는 곳이 말라카(믈라카)이고 그다음이 이포이다. (즉 많이 안 간다는 이야기이다)
이포의 관광지는 크게 올드타운과 동굴사원들이라고 볼 수 있다. 투어 상품에서는 Kellie's Castle을 가기도 하는데 지나가다 들리는 정도가 아니면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닌 거 같다.
이포역을 비롯하여 옛 건물들이 많은 지역이다. 말레이시아 커피 브랜드인 올드타운 화이트커피 1호점이 있는 곳이다. (1호점이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골목골목에 벽화도 많이 있다.
남쪽으로 길을 건너면 리틀 인디아가 있다. 거리를 거닐면서 인도 카레의 향과 흥겨운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리틀 인디아지만 중국 음식점도 많다)
여기에는 불교-도교-불교 사원이 순서대로 있다. (길 안쪽으로 가면 불교 사원이 하나 더 있지만 평범해서 굳이 갈 필요는 없다) 덥고 귀찮아도 이 사원들은 꼭 보시기 바란다.
길거리에 개들이 많은데 순하니 겁먹을 거 없다.
정원에 작은 호수가 있고 그 안에 검은색(을 칠한) 돌로 무릉도원을 꾸며 놨다. 참고로 불교 사원이다. 멀리서 보면 그냥 돌들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도사들도 있고 부처님도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사원도 동굴 안에 많들었기 때문에 천장이 높고 동굴 특유의 신비함이 느껴진다.
이 사원은 앞에서 소개한 사원과 담을 맞대고 있다.
도교사원이라 부처님 대신 도사님들이 있다. 도교와 손오공이 관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오공과 원숭이들 상이 있고, 야생 원숭이도 있다.
이 사원도 동굴 안에 만들어놔서 느낌이 있다.
그 옆에 사원이 하나 더 있지만 문을 열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정원이 넓고 관세음보살님과 옥상에 불편한 자세로 누워계시는 부처님만 언뜻 볼 수 있었다.
보통은 이렇게 3개의 사원까지 보기를 추천한다.
여기부터는 바쁜 관광객들은 잘 안 가는 곳들이다.
나도 추천하지는 않는데 위의 곳들 외 다른 곳을 가보고 싶으면 참고하길 바란다.
앞에서 소개한 동굴 사원들이 있는 곳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인도가 없어 걸어가기는 쉽지 않다. (나는 걸어갔지만 다시 간다면 그랩을 타고 가겠다)
절벽과 그 사이에 있는 호수에서 보트는 타는 곳이다. 그런데 무슨 저렴한 유원지마냥 조랑말 먹이 주는 체험하는 곳도 있고 잡스러운 시설이 많아 정신이 없다. 그리고 내가 갔을 때는 공사도 많이 하고 있었다.
보트는 30링깃(9000원)을 내고 탈 수 있는데 이 역시 너무 복잡해서 안 탔다. 관심 있으신 분은 구글 리뷰 참고하시길.
나는 대신에 그 아래쪽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지나가던데 조용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가지기에 좋은 곳이다.
앞서 말한 곳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동굴 사원이 하나 더 있다. 위에서 설명한 동굴 사원들을 봤다면 굳이 가 볼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사진은 왜 이리 많이 올렸데)
시내 북쪽으로 가면 작은 호수와 건너편에 작은 공원이 있다. 땅이 함몰되고 거기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로 물에 비치는 풍경이 이쁘다. 호수 안쪽에 있는 공원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왕복 5링깃, 1500원) 뒷길이 있긴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배는 1~2분 정도 타며 공원은 바위산과 호수로 둘러싸여 도시로부터 차단된 느낌을 준다. 관리는 좀 안되어 있지만 쉬다 오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호수 바로 옆에 작은 Petting Zoo가 있다. 입장료는 8링깃(2400원)이고 사료를 2링깃(600원)에 사서 직접 먹이고 만질 수도 있다. 공간은 작으며 작은 동물들 위주로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올드타운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공원이 나온다. 도시의 허파 같은 곳으로 규모에 비해 사람이 별로 없다. 이포 인구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해도 너무 한산한가 싶지 않다.
공원 안에 공원으로 일본 정원이 있다. (후쿠오카였나) 일본의 자매도시에서 꾸며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포의 남북으로 강(개천)이 흐르는데 천변에는 나름 산책길을 잘 꾸며놓았다. (주변이 좀 지저분하지만...)
그러고 보니 야시장 얘기를 안 했다.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은 야시장이 열기 전에 돌아가느라 갈 시간이 없을 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올드타운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야시장이 있다. 외부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이곳은 신발과 옷 등 생활용품을 위주로 파는 곳이다. I❤️IPOH 같은 글자가 적혀 있는 티셔츠, 짝퉁 물건이 없다. 음식 파는 노점도 없고 상가에 있는 식당에서만 음식을 팔고 있다. 진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이다.
한국 관광객이 잘 안 오거나 오더라도 당일치기로 반나절 정도 머무는 곳에서 2.5일 정도를 머물렀다.
도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기도 하고 중간에 인도가 없어 그랩을 타기도 했다. 사슴 고기로 만든 버거도 먹어보고 공원에서 책을 보다가 모기에게 뜯기기도 했다. 이상한 길로 가다가 개들이 짖어서 돌아 나오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그랬지만) 나가기만 하면 온몸이 땀에 푹 젖었지만 정보도 없이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