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 하이랜드는 쿠알라룸프루에서 북쪽으로 200km, 차로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고산지대이다. 쿠알라룸푸르 근처에 도박장으로 유명한 겐팅 하이랜드가 있는데 헷갈리지 말자. 내가 머물렀던 이포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이다. 직선거리로는 40km 정도이지만 꼬불꼬불 산길이다 보니 2시간 가까이 걸리다. 그리고 고산지대이다 보니 최고 기온도 30도에서 20도 정도로 팍 낮아진다. 그래서 가끔은 낮에도 긴팔을 입고 다녀야 한다.
이곳에 유명한 것들을 내 기준의 순서대로 말해보면 이렇다.
1. 하이킹 코스
2. BOH Tea를 비롯한 여러 차밭 및 Tea House
3. 이끼산 (Mossy Forest)
4. 딸기를 비롯한 여러 농장 및 농산물 시장
아래 그림은 BucketListly blog에서 가져온 그림인데 설명이 잘 되어 있다. Bus Terminal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있다.
하이킹 코스는 여러 가지 코스가 있다. 위 그림을 가져온 블로그에 보면 Trail #10으로 올라가서 #6으로 내려가고 마지막에 Tea House에 도착하는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나도 이 코스로 가 봤는데 조금 힘들지만 다른 코스에 비해 사람도 많고 (많아 봤자 수~수십 명이지만) 길도 잘 정비(?) 되어 있다.
필수 준비품이 있다.
1. maps.me 설치 및 오프라인 맵 다운로드 (실행하면 그 지역의 지도를 다운로드한다.)
2. 더러워질 각오가 되어 있는 긴팔 옷과 긴 바지
3. 더러워질 각오가 되어 있고 잘 안 미끄러지는 편한 신발 (트레킹화면 좋겠지만 한번 신자고 가져오기는 부담스럽다)
4. 얇은 장갑 (4족 보행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두꺼우면 덥다)
5. 혹시 모르니 우비 (나는 우기에 갔으나 산속에서 비를 만나지는 않았다)
내가 방문했던 12월 말은 우기였다. 오전에는 비가 거의 안 오지만 오후에는 무섭게 쏟아진다. 그래서 다음날 오전에 트레킹을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갈만했고 가길 잘했다. 내리막이 조금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찧은 사람은 많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 (아마도) 조심해서 가면 되는 수준이다. 다만 습하고 덥다.
이 코스에서 중요한 것은 순서이다. 즉 #10으로 올라가고 #6으로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자세한 길안내와 리얼한 후기가 있다.
#10의 오르막은 짧다. 마을을 벗어나서 850m만 가면 된다. 다만 230m 정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경사도로 치면 27%이다. 운전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흔하지도 않지만) 10%만 넘어가도 몸이 뒤로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시작부터 이게 길인가 싶은 곳이 나오고 중간중간에 벽인가 싶은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하늘에서 밧줄이 내려오기도 한다. 흙은 씻겨 내려가고 나무뿌리만 남아 밟고 올라가기 조금 미안하다.
그래도 정상에 오르면 모든 것을 보상해 준다. 내가 올라간 날은 구름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말이다. 정상 또는 그 조금 아래에 있는 첨탑까지 오르고 다시 조금 내려가야 #6 코스로 넘어갈 수 있다. (위의 네이버 블로그 글 참고해 주세요)
#6 코스로 진입하면 정글의 시작이다. 이게 길인가 싶지만 길이 맞다. (그래도 maps.me를 확인해 주세요) 바닥은 사람들이 다녀서 다져져 있지만 길 주변으로는 풀과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헤치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1km만 조심해서 내려가면 임도(시멘트 길)가 나오고, 500m 정도만 더 가면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Welcome to Civilization!!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Cameron Valley Tea House 2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Cameron Valley Tea House 1이 나온다. Tea House 1이 조금 먼데 나는 이 길을 더 걷고 싶어서 이쪽으로 갔다.
Tea House에서 차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차밭 입장료가 있고 차를 마시는 곳은 시끄럽지만.
앞의 코스가 힘들었지만 너무 좋아서 다른 코스를 가보기로 했다. #9A가 쉬운 편이라고 해서 골랐는데 결론적으로 1km 정도 가고 포기하고 돌아왔다.
안내판이 낡은 게 살짝 불안하지만, 초반에는 바닥에 보도블록도 깔려 있고 멋진 폭포도 있다.
앞서 #6 코스가 정글이라고 했지만 이곳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손으로 계속 나뭇가지를 밀어내면서 걸어야 한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위나 아래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사진처럼 길 전체를 막고 있어서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9A 코스에서 좌절하고 어찌할까 고민하다고 근처에 있는 #5 코스로 올라갔다.
#5 코스 초반에는 낮은 키의 식물들이 있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9A 코스 못지않은 정글이 시작된다.
그래도 이 코스는 길 주변과 바닥에 이끼가 많아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준다. 뒤에 설명할 이끼산보다 이곳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한국(제주도)에서 이런 길을 보려면 (10년 전에 가봐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 한라산 둘레길 1코스나 2코스를 가거나 올해 (2024년 4월) 가본 서귀포 치유의 숲의 벤조롱길과 숨비소리길을 추천한다.
내려갈 때는 #3 코스와 #6 코스(앞에서 말한 것과는 다른 #6 코스이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앞의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지도 참고) 이 #6 코스는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어 가봤던 길 중 가장 힘들다. 그래도 마지막에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경치가 좋다는 건 높단 얘기고 많이 내려가야 된다는 얘기다) 그래도 좋은 건 산행이 끝나고 타나라타 지역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것이다.
트레킹 이야기만 하다가 길어져서 다른 얘기는 2편으로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