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레이시아 랑카위도 가고 방콕에도 있었으나 으레 가는 곳들 위주로 가서 별로 적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백수가 제일 바쁘다 보니 글이 늦어졌다.
카오야이(Khao Yai) 국립공원은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정도 가야 하는 위치에 있는 태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방콕에서 일일투어로 다녀오는 상품이 있긴 하지만 당일치기로 다녀올만한 거리나 관광지는 아니다.
카오야이 국립공원을 돌아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 방콕 출발 일일투어 - Klook과 같은 여행플랫폼에 상품이 있지만 거리가 있다 보니 트레킹과 폭포만 보고 오게 되어 있다.
2. 오토바이 등을 렌트하여 돌아보는 방법 - 국립공원 안에 도로가 잘 되어 있고 길이 단순하기 때문에 오토바이로도 충분히 갈 수 있다. 다만 아래 소개할 전망대로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하니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3. 팍총(Pak Chong) 일대에서 출발하는 일일투어 이용 - 내가 갔던 방법이며 이에 대한 소개를 하며 국립공원 내 볼거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다.
팍총은 방콕의 미니밴 터미널에서 2시간 반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팍총역도 있기에 기차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작은 도시이며 도시 내에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이곳에 여행사가 많지 않으며 나는 작은 여행사를 통해서 국립공원 일일투어를 예약했는데 다른 여행사도 코스는 거의 동일하다. 가격은 1500바트(6만원)였는데 이중 400바트는 국립공원 입장료이다. 참고로 태국인은 입장료가 40바트이다.
* 각 지점의 구글지도 링크는 아래에 있다.
픽업을 한 후에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30th km Viewpoint'를 간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원숭이들도 모여있다. 이 원숭이들은 흔한(?) 원숭이들이고 Gibbon이라는 원숭이가 보호종인데 울음소리만 들었지 보지는 못했다.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수많은 동물들을 볼 거라 생각했지만 새소리도 거의 안 들리고 동물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리고 Visitor Center에 가서 공원에 대해 전시된 내용을 본다. 캠핑을 원하는 사람을 이곳을 통해서 할 수 있고, 트레킹 코스가 7개 있는데 일부 코스는 여기에서 permit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레킹을 가는데 우리 팀에 몸이 불편하신 분이 있어 가장 짧다는 3번 코스로 갔다. 숙소의 호스트에게 보통 2개 코스 중에 한 군데를 간다고 들었는데 다른 코스는 어디인지 모르겠다.
진드기 때문에 양말 덧신을 신는데 없이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전망대에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볼 시간도 준다.
점심은 Haew suwat waterfall 근처에서 먹었는데 특별한 메뉴는 아니고 식당에서 파는 60~70바트 정도 되는 것들 중에 고르는 것이다.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하는데 노력에 비해서 별로 볼 것이 없다.
이 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은근히 바라는 것이 야생 코끼리를 보는 것이다. 서식지가 일정하지 않고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보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코끼리 똥만 보다 간다. 우리 가이드가 다른 팀에서 코끼리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서 갔는데, 저기 야자나무 뒤로 보이는 회색 물체가 코끼리이다.(왼쪽이 머리이다) 너무 멀리 있고 야자수와 수풀에 가려서 사실 거의 보지 못했다. 오늘 코끼리 운이 좋은 편은 아닌 거 같지만, 가이드는 계속 Lucky라고 했다. ㅎㅎ
마지막으로 전망대(Cliff)를 올라가는데 꽤 많이 가야 한다. 하늘에 약간의 먼지 같은 게 있어 좀 뿌옇게 보여서 좀 아쉽다. 가는 길에 운이 좋으면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투어 도중에 보니 오토바이를 빌려서 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래 있는 위치들과 가이드 동행이 필요 없는 트레킹 코스를 가면 일일투어와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야생 코끼를 보는 것은 운이 정말 정말 좋거나 가이드들 간의 네트워크가 있어야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여행사의 투어 상품이 일일투어 외에 반일 투어가 있다.
이는 오후에 출발하여 샘(spring)에 들려서 물놀이하고 동굴 사원에 들렸다가 박쥐를 보러 가는 구성이다. 사실 팍총 시내에서 할 일이 없어서 큰 기대 없이 Host가 추천해 주는 여행사를 통해 다녀왔다. 같은 곳을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작은 여행사와 큰 여행사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상품 역시 오토바이를 빌려 비슷하게 다녀올 수 있지만 여행사를 통하기를 추천한다.
어제 투어는 가이드, 운전사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하여 3명이서 움직였는데, 오늘은 차량 2대로 15명 정도가 같이 움직였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행사에서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었다.
첫 번째는 샘인데 날씨가 20도 정도로 조금 쌀쌀한데도 나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물속에 뛰어들었다. 태국은 물론 다른 곳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물이 맑긴 하다. 발을 담그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와서 각질을 쪼아 먹는다.
구글 리뷰를 보면 언덕 위에 불상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는 마스크와 렌턴을 하나씩 받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도 불상이 있긴 하지만 참배객은 없었고 먼지도 많고 바닥도 험하고 천장이 낮은 곳도 있어 조심해서 다녀야 했다. 혼자오기에는 어려운 곳이다.
동굴벽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박쥐도 몇 마리 살고 있었다. 박쥐에게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신기한 거미도 잡아서 손 위에 올려준다.
마지막 코스는 박쥐 동굴이다. 박쥐동굴 내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고 해 질 녘에 사냥하러 나가는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0여 분에 걸쳐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돗자리와 망원경을 준비해 줘서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람에 따라 날아가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가이드가 위치를 잘 찾아서 잡아 준다.(라고 한다)
박쥐가 날아가기 전후로 간식도 줘서 심심할 틈이 없다.
박쥐들이 날아가면 다른 팀들은 서둘러 빠져나간다. 왕복 2차선 도로를 꽤 들어왔기 때문에 이때 나가면 상당한 정체를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여행사는 천체 망원경을 준비해 와서 목성과 위성을 보여주며 기다렸다가 다른 차들이 나간 후에 여유 있게 나갔다. 덕분에 멋진 일몰도 여유 있게 볼 수 있었다.
큰 기대 없이 가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만족했던 투어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3명이 가나 10명(1차에 최대 탑승 가능한 인원)이 가나 들어가는 비용은 비슷하다. 사람이 많으면 과일과 같은 서비스가 들어가면서 품질이 좋아지고 이러한 효과가 선순환된다.
첫날 했던 일일투어도 우리 팀은 가이드가 쌍안경만 들고 왔지만, 인원이 많았던 다른 팀은 삼각대가 달린 망원경을 준비해 왔다. 쌍안경을 들고 저 멀리 있는 동물을 찾아서 보는 것과 가이드가 맞춰준 망원경을 통해 보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인원이 많을수록 이러한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급적 사람이 많이 참여하는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이 많아 번잡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