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워홀일기 8화] 인대 파열

계단 조심하세요

by 박지훈

3주 전 스시를 먹고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왼발을 접질렸다. 처음엔 너무 아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없어져서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주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 또 한 번 왼발이 꺾인 것이다. 통증은 지난번보다 약했지만, 멍든 느낌이 남아 있었다.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정밀 진단을 받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다치는 것도 인생이다


정형외과에 가서 MRI를 찍어 보니 인대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전거비 인대는 grade 3, 종비 인대는 grade 2.5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라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 군데서만 진단받기보단, 여러 군데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MRI CD를 들고 두 번째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6주 정도 깁스를 하고 재활운동을 스스로 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역시 빠른 시일 내 수술을 권유하셨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직 워홀 기간 5개월 반이 남았는데…‘ 평소 몸이 튼튼하다고 자신했지만, 발목이 휙 꺾이는 건 한순간이었다.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 얘들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 번째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이라는 단어는 그만 듣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MRI 사진을 보시더니, “이 정도면 그래도 어느 정도 아물어서 괜찮겠는데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심각한 수준은 맞지만, 통증이나 붓기도 적고 발목이 어느 정도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분명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겠지만, 이 정도면 자연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못 걸을 정도로 너무 아팠으면 수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보행하는 데 지장이 없고, 회복만 잘한다면 예전 발목의 70프로 정도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완치는 불가능하겠지만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지금처럼 잘 걸어 다니고 요가와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의사 선생님께서도 충분히 그 정도로는 돌아갈 수 있다고 해주셨다.


붕대가 아니라서 굉장히 편하다


목발을 짚는 것도 불필요하다며 성능 좋은 발목 보호대로 바꿔주셨다. 그렇지만 아직은 목발 짚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최소 일본 가기 전까진 목발 짚으며 생활할 생각이다. ((근데 목발 짚고 사는 게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ㅠㅠ)) 인대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아물게 하고 주변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우선은 왼발을 최대한 안 쓰면서 회복하는 것부터!


겨드랑이 근육통이 생긴 듯


당분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 외엔, 집에서 푹 쉬는 게 지금의 최선이다. 한의원 원장님께서는 본인도 인대 하나가 없는데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다. 그러니 회복 치료를 잘하면, 내가 원하는 회복 수준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응원해 주셨다.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솟아났다. 우선 최소 3주는 한국에서 쉬어야 한다. 그래서 회계법인과 스페인 요리 식당에는 3월엔 출근을 하지 못한다고 연락드렸다. ((이번 주 일요일 데이트도 못 하게 됐다ㅜㅜ))


회복하면 벚꽃 구경 가자고 하셨다


일전에 어떤 글을 읽었는데, 어떤 사람이 믹서기에 손이 갈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인생이 아름답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다행히 딸이 그 상황을 목격해서 큰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굉장한 마인드셋이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 인생이 아름답다고 하지는 못할 듯하다. 다만 다친 발목을 보면서 ‘이것 또한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까지는 할 수 있다. 잘 먹고 잘 쉬고 회복하면 충분하다. 오랜만에 수학공부도 하면서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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