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생활을 하며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것이 있다. 앞일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정확히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애쓰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앞으로는 반대편 발이 인대 파열을 안 당하도록 소원을 빌어도 미래에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계단을 내려갈 때 전보다 더 조심하게 되겠지만)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지진이 나서 죽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세상에 완전한 0%도, 100%도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인간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뉴스에 나오는 극단적인 소식들을 볼 때마다 우리 일상은 안전하지 않다는 편향이 심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불완전함을 체득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뉴스에 보도되는 것들은 희박한 사건사고가 대부분이며, 걱정을 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그 자체를 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게 문제였다. (오, 뭔가 깨달음을 얻은 도인 같다)
워홀 알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있는 요리를 손님에게 내놓는 게 중요하지, 그 순간에 8월 말에 비자가 만료되면 뭐 할지 걱정하는 건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 미래를 생각할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크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보건대, 살면서 내가 걱정했던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정말 많이 기대했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일도 많다.
지금도 그러하다. 2월 말에 한국으로 돌아올 때만 하더라도, 1주일만 있다 가려 했던 계획이 한 달 동안 치료받는 일정으로 바뀔 줄 몰랐다. 그냥 조금 삐끗한 줄 알았는데 전거비 인대 완전 파열이라니! 하지만 덕분에(?) 한의사님과 인생 이야기도 나누고, 도서관에서 책도 맘껏 읽고 있다. 썸녀랑 데이트는 못 하지만 라인으로 연락하는 것도 꽤 재밌다.
그렇기에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살아온 방식과 세월이 있다 보니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좋다. 미래 계획 없이 하루하루 보내겠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 인생의 방향성을 갖고 있는 건 중요하니까.
앞으로 살면서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그때의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래도 브런치에 이렇게 글까지 써놨는데, 마냥 절망하며 살고만 있지는 않겠지? 인생의 불완전함을 몸소 느끼며,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인생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무한 긍정이 아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자유분방한 생각이 오히려 맘을 편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