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에너지를 인식의 언어로 바꾸는 일
“화를 다스리는 것이 곧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1. 분노는 왜 우리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가
분노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의 도덕적 기준과 맞닿아 있습 니다.누군가의 불의를 보았을 때, 혹은 나의 노력이 무시당했을 때 터져 나오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뜨거움 속에는 ‘상처받은 정의감’이 숨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감정이 너무 원시적이어서 우리는 종종 그것에 휘둘립니다. 분노는 ‘악한 감정’이 아니라 ‘해석되지 않은 신호’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번역하는 일입니다.
2. 감정의 해부 ― 분노의 이면에 있는 감정들
분노는 결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아래 에는 두려움, 상실, 수치심, 무력감 같은 미세 감정 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플러 치크 (Robert Plutchik)는 분노를 ‘자기보호 본능 의 확장’이라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무시당했다”는 감정은 사실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의 표현 입니다.
분노는 대개 그 밑에 숨겨진 더 깊고 다루기 힘든 감정들의 오역된 대리 언어입니다.우리가 분노를 단순한 폭발로만 다루면, 그 밑의 진짜 언어인 억압 된 슬픔이나 무력감을 읽지 못합니다. 이 억압된 감정들은 프로이트의 통찰처럼 산 채로 묻혀 있다 가 더 흉측한 분노의 모습으로 되살아 납니다. 억눌린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다른 형태로 나타나 우리를 지배합니다.
3. 철학적 관점 ― 분노는 ‘정의감의 그림자’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Seneca)는 『분노에 대하여 (De Ira)』에서 분노를 “이성이 자리를 비운 순간의 판단 오류”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분노를 완전히 없애려 하는 것은 인간성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절한 때, 적절한 이유로 적절 한 사람에게 화낼 줄 아는 것”을 덕(德)의 표현이라 했습니다. 즉, 분노는 절제될 때 미덕이 되고, 방치 될 때 파괴가 됩니다.
결국, 분노의 윤리란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방향을 조율하는 기술입니다.
4. 심리학적 관점 ― 분노는 ‘자기 경계의 언어’ 이다.
정신분석가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분노를 “자아가 자신의 존엄이 위협받았다고 느낄 때 나오 는 경계 신호”로 보았습니다. 즉, 분노는 나를 보호 하려는 내면의 수호자입니다. 그러나 통제 되지 않은 분노는 관계를 파괴하는 각본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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