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를 가장 멀리 날게 해주는 비밀
파랑이는 그제야 알았어요. 나를 묶는 줄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멀리 날게 해주는 비밀이었다는 것을.
작은 마을의 어느 장난감 가게에서
루아는 반짝이는 하늘색 풍선을 샀어요.
그 풍선의 이름은 ‘파랑이’.
파랑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풍선이었어요.
몸속에 웃음 가스가 가득 차 언제나 두둥실 떠 있었지요.
햇살을 머금은 파랑이는 반짝였고,
구름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며 하늘을 나는 기분을 누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파랑이에겐 늘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어요.
자신을 루아의 손과 이어 주는 얇고 긴 빨간 끈.
“에잇, 저 끈만 없으면.
난 무지개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 텐데.”
파랑이는 빨간 끈이 자신을 답답하게 가두는 것만 같았거든요.
루아가 뛰어갈 때마다 끈이 팽팽해질 때면
몸이 꽉 잡아당겨지는 듯 답답하고 거슬렸어요.
‘내 자유를 막는 무거운 짐…’
파랑이는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파랑이는 결심했어요.
“이제 나도 내 힘으로 날아볼 거야!”
파랑이는 온몸을 단단히 부풀려
빨간 끈을 힘껏 잡아당겼어요.
“툭!”
묵직한 소리와 함께 끈이 끊어졌고,
파랑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잠시 멈칫했어요.
하지만 금세 활짝 웃었어요.
“야호! 이제 진짜 자유다!”
파랑이는 바람의 등에 올라타
하늘 높이 올라갔어요.
햇살은 더 눈부시고, 땅은 점점 멀어지고,
세상은 끝없이 넓어지는 듯 보였지요.
그런데 그 순간,
“와아앙!”
커다란 바람이 들이닥쳤어요.
이제는 루아가 끈을 살짝 당겨 잡아주지도,
방향을 바로잡아 주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파랑이는 바람에 밀리고,
멈추면 아래로 가라앉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표류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내가 바라던 자유야…?
왜 이렇게 무섭지…”
하늘은 너무 넓고,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파랑이의 몸속 웃음 가스도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루아 곁에서 느끼던 든든한 기운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지 뭐에요.
시간이 지나자 파랑이는 점점 힘이 빠졌어요.
낮게 낮게 떠돌다가 뾰족한 나뭇가지에 긁혀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 가스가 한 번에 빠져나갔어요.
색이 흐려지고, 몸이 작아지고,
마침내 땅 위로 떨어진 파랑이는
쪼글쪼글한 작은 껍질이 되어 누워버렸어요.
그제야 파랑이는 깨달았어요.
“루아의 빨간 끈은 나를 묶은 게 아니었구나.
나를 놓치지 않으려던 사랑의 약속이었구나.”
빨간 끈은 단순한 줄이 아니었어요.
파랑이가 가장 높고 가장 안전하게 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던
조용한 ‘마법의 안내선’ 이었던거에요.
적당한 길이와 적당한 힘.
그 안에는 루아의 마음과 믿음이 들어 있던거였어요.
파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어요.
“루아… 다시 네 손에 묶이고 싶어. 빨간 끈의 든든한 힘을 느끼고 싶어. 그 끈이 있을 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높이 날았던거야.”
파랑이는 눈을 감았어요.
언젠가 다시 루아의 따뜻한 손에 연결되어
하늘 위로 천천히 오르는 그날을 떠올리며.
파랑이는 그제야 알았어요. 나를 묶는 줄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멀리 날게 해주는 비밀이었다는 것을.
우리를 붙들어 주던 것이 사라지는 순간,
세상은 넓어지지만 방향은 흐려지고,
하늘은 높아지지만 마음은 낮아집니다.
그 끈은 우리를 묶어두던 벽이 아니라,
우리가 흔들릴 때 중심을 되찾아 주는
따뜻한 장력이었습니다.
때로는 책임이었고,
때로는 사랑이었고,
때로는 놓치지 않겠다는 조용한 약속이었어요.
진짜 자유는 혼자 떠도는 가벼움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안쪽의 평화와 함께였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빨간 끈을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살아갑니다.
너무 빨리 끊어도 상처가 나고,
너무 오래 붙잡아도 숨이 막히지만,
적당한 거리와 관계 속에서
우리는 가장 멀리, 가장 안전하게 날 수 있습니다.
하늘이 넓어 부담스러운 날엔
우리를 붙들어 주던 끈을 떠올려 보아요
너무 빨리 멀어지지도,
너무 오래 매달리지도 않으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문을 열고 닫는 거예요.
그 문턱이
오늘의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요.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진정한 자유는, 때로 연결속에서 피어납니다."
풍선이 루아의 손에
연결되어야 가장 아름답게 날았던 것처럼,
우리도 책임과 약속이라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자유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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