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떨쳐지지 않는 불안의 그림자
<떨쳐지지 않는 밤의 그림자>
문득, 숨이 멎은 듯
캄캄한 밤.
눈을 뜬 채 잠들지 않는 세상 속,
가장 고독한 섬이 된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마저
내 안의 그늘을 밝히지 못하고,
걱정의 물결만 이불깃을 적신다.
누가 이 밤을 건너
아침의 빛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밤은 늘 조용히 불을 끈다.
하지만 어떤 밤은
불을 끈 뒤에 마음이 더 또렷해진다.
몸은 이미 하루를 내려놓았는데
생각은 아직 방 안을 서성인다.
가지 않아도 될 곳을
이미 다녀온 사람처럼,
불안한 마음이 먼저 돌아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곤 한다.
눈을 감고 누우면
몸은 분명 하루를 내려놓았는데
생각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서랍처럼
자꾸만 열렸다 닫힌다.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잠을 밀어내는 밤.
<고요 속, 더욱 선명해지는 삶의 질문들>
요즘 부쩍 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원래도 불안과 불면이 심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한결 편해서 견딜 수 있었다.
문장을 고르고, 숨을 고르는 사이
불안은 잠시 뒤로 물러나 주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다시 밤이 길어졌다.
눈을 감으면 질문들이 먼저 깨어난다.
'아픈 큰 딸은 언제쯤 자신을 알아볼까?'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날은 오는 걸까...?'
'역대급 불수능에 역대급 낮은 성적을 받은
07년 작은딸, 대학 합격은 되는 걸까?'
그리고 나에 관한 질문
'곧 병가가 끝나가는데,
이제 정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곳은 나의 일터이지만,
나를 괴롭히던 사람의 기억이
아직 공기처럼 남아 있는 곳이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그곳에 다녀온 사람처럼
먼저 지쳐 돌아온다.
‘괜찮을까.’
‘이번엔 다를까.’
‘나는 또 아무 말 없이 견디게 될까.’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낮에는 잘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슬며시 고개를 들곤한다.
불안은 늘 이렇게 조용한 얼굴로 찾아온다.
사람들은 말한다.
잠을 위해 이것도 줄이고, 저것도 줄이라고.
늦은 시간의 휴대폰,
괜히 켜보는 뉴스,
그리고 커피...
커피를 내리는 일은 매일 글을 쓰는 것처럼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의식이었고
글을 쓸 때마다 곁에 두던 동반자였다.
그런데 잠을 위해
커피를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조금 서늘해진다.
‘이것마저 내려놓아야 하나.’
커피를 마시는 손보다
사실 더 놓이지 않는 건
불안을 붙잡고 있는 마음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카페인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농도가
너무 진해진 밤이라는 것도.
나는 가끔
스스로를 불안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불안을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이 없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사람.
마치 오래 입던 옷처럼
불안이 나의 기본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은 순간들.
그래서 요즘은
이런 바람을 가져본다.
불안 중독인 나를
불안 불감증으로 바꾸고 싶다는 게 아니라,
불안이 와도
그 옆에 바로 눕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조금은 바뀌고 싶다고.
불안을 없애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불안이 와도
밤을 전부 내어 주지는 않는 사람으로.
불면의 밤은
잠을 못 자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내일을 먼저 살아보는 시간인 것 같다.
아직 겪지 않아도 될 걱정들을
미리 꺼내어 만져보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결과 앞에서
혼자서 먼저 마음을 다치는 시간.
그래서 나는 요즘 밤마다
작게 중얼거린다.
‘아직 아무것도 최종 결정된 건 없어.’
‘이건 상상일 뿐이야.’
‘오늘의 나는, 오늘만 잘 살아내도 돼.’
그 말이
마음속 불안에게 들리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처럼
이 밤을 문제 삼지는 않으려 한다.
잠을 줄이는 대신
불안을 조금 덜 믿어보기로 한다.
커피를 한 잔 덜 마신 날처럼,
생각도 한 번 덜 꺼내어 보면서.
어쩌면 잠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라
마음을 잠시 내려놓았을 때
슬며시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밤,
잠들지 못한 채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글벗님들도 비슷한 질문을
혼자서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무엇이
당신의 잠을 붙들고 있나요?
잠들지 못한 밤에도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견디고 있다.
이 밤을 지나온 마음 역시
충분히 애쓰고 있었으니까.
불안은
우리 삶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한 조각이다.
가장 힘든 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잠들지 못한 밤에도, 마음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신호다.
오늘의 밤이 길어도, 나는 나를 놓지 않는다.
잠은 늦어질 수 있어도, 위로는 미루지 않는다.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살아내는 용기입니다.
걱정의 무게만큼, 희망의 빛도 크다는 것을 ...
가장 어두운 밤이, 가장 찬란한 별들을 보여주듯이.
캄캄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가장 솔직한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의 밤은 혹독하지만, 홀로 걷고 있는 마음을 보듬어 봅니다.
이 모든 걱정과 불안의 과정을 겪어내고 나면
분명 더 깊고 넓은 숨을 쉴 수 있을테니까요.
by 《숨, 그 결로 나를 품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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