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른 것과 남은 것을 함께 보내는 밤
타오른 것과 남은 것을 함께 보내는 밤
불은 묻지 않는다.
올해를 잘 살았는지,
덜 아팠는지,
조금은 나아졌는지.
그저
타오른 것을 태우고
남은 것을 남긴다.
말하지 못한 날들,
끝내 다 하지 못한 마음,
미루다 흘려보낸 다짐들까지
불꽃은 모두 같은 색으로 흔든다.
가는 해를 붙잡지 않고
불 앞에 잠시 내려놓는다.
불멍을 하며 한 해를 돌아본다.
정리하려 들면 오히려 복잡해지는 시간들이다.
잘한 일과 못한 일을 가르는 일도,
후회와 안도를 정확히 분류하는 일도
이 밤에는 필요 없다.
불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가까이 온 것만 덥히고,
멀어진 것은 억지로 부르지 않는다.
올해의 나는
완성되지 않았고,
여전히 흔들렸으며, 여러 번 미뤄졌다.
하지만 불 앞에 앉아 있으니
그 미완의 상태마저 괜찮아 보인다.
지나온 세월은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낸 온도로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불꽃이 낮아질수록
올 한 해도 조용히 낮아진다.
꺼지는 것이 아니라
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마지막 장작이 사그라들고 재만 남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가는 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스며들어 새로운 온기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온기를 챙겨 다시 일어선다.
불꽃 앞에 앉아 한 해를 돌아본다. 정리하려 들면 오히려 복잡해지는 시간들이다. 잘한 일과 못한 일을 가르는 일도, 후회와 안도를 정확히 분류하는 일도 이 밤에는 필요 없다. 불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가까이 온 것만 덥히고, 멀어진 것은 억지로 부르지 않는다.
올해의 나는 완성되지 않았고, 여전히 흔들렸으며, 여러 번 미뤄졌다. 거창한 목표를 세웠지만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시련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때로는 상처를 주었고, 때로는 받았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밀려왔고, 나 자신에게는 너무나 엄격했다는 후회도 함께였다.
하지만 불 앞에 앉아 있으니 그 미완의 상태마저 괜찮아 보인다. 붉게 일렁이는 불꽃은 내가 겪은 모든 순간들을 평가 없이 그저 받아들인다.
한 해의 마무리는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낸 온도로 남는다. 가운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온 시간들,
예상치 못한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 헤맨 날들, 그리고 무엇보다 곁에서 함께 걸어준 이들의 따뜻한 시선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온도가 된다.
뜨겁게 타올랐던 순간도, 희미하게 꺼져가는 듯했던 순간도 모두 지금의 나를 이루는 불씨가 된다. 불꽃은 그 모든 과정들을 담담히 비춘다.
연말마다 우리는 가는 한 해를 평가하려 든다. 마치 시험 성적표를 받아 들 듯, 잘했는지, 못했는지 점수를 매기려 한다. 하지만 불 앞에서의 시간은 잘했는지 보다 잘 버텼는지를 먼저 묻는다. 거창한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고,,, 그저 존재했으므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한 해 동안 겪었던 모든 일들이 이 모닥불처럼 잔잔하게 타오르다 재로 변하고, 그 재가 새로운 삶의 비옥한 토양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해를 보내며 어쩌면 정리하려 애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불 앞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내는 방식도 분명히 하나의 마무리인 듯하니까요.
잘한 일도, 못한 일도, 아팠던 일도 모두 불꽃에 던져 버리고, 그저 남은 온기만을 가슴에 품어 봅니다. 그 온기가 다가올 새해를 살아갈 가장 큰 힘이 되겠지요.
불처럼 타올랐고 불처럼 잠잠해졌다.
우리는 그 앞에서
조금 가벼워진 손으로 다음을 맞이한다.
남은 온기만 챙긴 채.
by 《내 마음의 풍경》ⓒbiroso나.
붉은 불꽃 속에 올 한 해의 시름을 놓아봅니다. 한 해의 끝에서 태워버린 아쉬움들이 내년엔 가장 따뜻한 희망의 불꽃으로 피어나겠지요.
#불멍 #한해의 마무리 #삶의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