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은 상처가 아니라 연결의 증거였음을
매듭은 상처가 아니라 연결의 증거였음을
팽팽하게 당겨진 생의 한가운데
누가 이토록 지독한 매듭을 지었나
풀려할수록 살점을 파고드는 건
밀어내려 했던 어제의 나였을지도.
가쁜 숨 몰아쉬다
문득 손을 놓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매듭의 모양
그 단단한 묶음이 실은
흩어지려는 나를 가장 뜨겁게 붙잡고 있었음을.
매듭을 끊지 않고 통과하는 엄마의 방식
식탁 위에서 숟가락이 떨어진다.
큰딸은 말을 하지 못한다.
의사소통은 늘 더디고, 길은 돌아간다.
그러나 그 아이는 늘 그 자리에 있다.
눈으로, 체온으로, 아주 미세한 표정으로
자신의 존재를 말한다.
그 곁에서 둘째 딸은 멈추지 않는다.
“언니, 지금 배고파?”
“언니, 이거 좋아?”
“엄마, 언니 웃은 거 맞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다.
말이 아니라 마음을 건넨다.
나는 그 둘을 바라본다.
그리고 오래 붙들고 있던 매듭을 느낀다.
큰딸에게 더 해주지 못한 시간들.
작은 딸에게 미안했던 순간들.
그 사이에서
나로 살고 싶은 마음을 조용히 접어두던 밤들.
매듭은 그렇게 생겼다.
사랑이 깊을수록 더 단단해졌다.
그러나 어느 날 깨닫는다.
큰딸은 결핍 속에 사는 아이가 아니었다.
다른 방식으로 함께 사는 아이였다.
말 대신 온몸으로,
문장 대신 숨으로,
속도 대신 존재로.
둘째 딸은 부족함을 견디는 아이가 아니었다.
언니와 다른 언어를 만들어가는 아이였다.
그 둘 사이에서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이 매듭은 나를 옥죄는 밧줄이 아니라
우리를 한 줄로 이어 놓은 마디라는 것을.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고
너무 헐거우면 흩어지기에
우리는 매일 그 사이에서 숨을 고른다.
작은 딸이 큰딸의 손을 잡는다.
큰딸은 고개를 기울인다.
말은 없지만
분명한 흐름이 있다.
나는 더 이상 이 매듭을 끊고 싶지 않다.
엄마로서의 책임과
나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숨이 가빠지던 시간들.
이제는 숨을 줄이지 않는다.
나는 두 아이 사이에서
숨을 잃는 엄마가 아니라
숨을 넓히는 엄마로 살고 싶다.
살점이 아렸던 자리마다
흉터 대신 결이 남는다.
그 결은 우리를 닮은 무늬가 된다.
큰딸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함께 살아가고
작은 딸은 조용히 깊어지고
나는 그 사이에서
끊어내지 않고 통과하는 법을 배운다.
매듭은 끝이 아니다.
다음 숨으로 넘어가기 위한 마디다.
애써 풀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향해 말하고 있으니.
매듭 너머의 바람은
끊어낸 뒤가 아니라
견딘 뒤에 불어온다.
말 대신 존재로 살아가는 큰딸과 그 곁을 놓지 않는 작은 딸, 풀리지 않는 매듭 앞에서 나는 오늘도 끊어내는 대신 통과하는 법을 배운다.
동생의 눈은 더 빨리 자란다.
언니의 손은 더 천천히 세상을 더듬는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숨을 고르는 법을 배운다.
애써 풀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매듭은 이미 우리를 묶은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한 줄로 이어 주고 있었다.
그 마디를 통과할 때마다
숨은 조금 더 깊어지고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매듭 너머의 바람이 분다.
끊어낸 것이 아니라
통과했기 때문에 부는 바람이다.
살점이 뜯겨 나간 자리에
기어이 흉터가 앉는 것은
그곳이 가장 아픈 매듭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깊이 사랑했던 무늬였기 때문입니다
풀지 못한 매듭은 목을 죄는 밧줄이 아니라
이 생을 놓치지 않으려
온 힘 다해 쥐고 있던 마지막 끈이었음을
그 마디마디 고인 눈물이 마를 때쯤
비로소 매듭 너머의 바람이 불어오겠지요
살다 보면 사랑은 늘 같은 속도로 오지 않는다는 걸 배웁니다.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눈빛으로, 누군가는 기다림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그 사이에서 엄마는 자주 숨이 가빠지지만, 그 숨을 줄이지 않고 넓히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매듭은 상처가 아니라 연결의 증거였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니까요.
매듭은 우리를 묶은 것이 아니라 이어 놓은 것이었다
숨은 줄어들지 않고 넓어질 수 있다
말이 없어도 마음은 닿는다
견뎌낸 자리에서 오늘도 바람은 분다
by 《엄마의 숨》 ⓒbiroso나.
살다 보면 풀리지 않는 매듭 앞에서
자신을 탓하게 되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매듭은
나를 묶은 것이 아니라
놓치지 않으려 붙들고 있던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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