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를 깎아낸 둥근 숨결
달빛은 소리 없이 내려와
우리의 묵은 그림자를 씻어낸다
가장 깊은 겨울 끝
둥근 얼굴 하나
하늘에 걸리고
마당은
조용히 파도가 된다.
그림자가
달빛에 씻기고
하늘이 빚어 올린
백자 한 점 기울자,
검은 마음들이
은빛으로 번진다.
마당은 서늘했고
장독대 위에 달이 얹혀 있었다.
둥글었다.
간장 항아리 속까지
달빛이 잠겨 들고
어머니는 부럼을 건넸다,
툭 -
이 사이에서
딱딱한 겨울이 갈라졌다.
고소한 맛이 번지고
아이의 입가에 하얀 김이 섰다.
“올해는 무탈해야지.”
달은 들은 듯 말 듯
떠 있었다.
그 둥근 빛이
아이의 눈동자에도 고였다.
설이 집 안의 온기였다면
오늘은
담장 너머 숨을 잇는 밤
서로 다른 빛깔의 곡식들
한 가마솥 안에서
둥글게 엉겨 붙고
모난 마음도
구수한 향을 닮아간다.
겨울 내내 숨겨둔
비겁과 나태
함께 금이 가고
입 안에 번지는
속살의 내음
귀밝이술 한 모금에
험한 말은 흘려보내고
이웃의 안부만
귓속에 남기기를.
모서리를 깎아낸 둥근 숨결
어둠이 깊을수록
달은 제 몸을 깎아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시린 겨울 끝자락
정월의 첫 보름달은
얼어붙은 대지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는
어머니의 손길을 닮았습니다.
하늘이 뜬
가장 순한 눈동자 앞에 서면
뾰족하게 돋아났던
마음의 가시들도
슬그머니 고개를 숙입니다.
단단한 껍질을 깨물며
우리는 우리를 가둬두었던
아집을 함께 깨뜨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껍질을 뚫고 나온
고소한 속살처럼
우리 마음도
아픔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정한 평온을 맛보게 되니까요.
비워낸 자리에
은빛 숨결이 가득 고이는 밤
타오르는 달집 속에
해묵은 걱정을 던져버리면
소망은 연기가 되어
달에게 닿겠지요.
차오른 달이 기우는 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또 다른 채움을 위한 기다림임을
우리 삶의 빈틈 또한
언젠가 더 큰 빛으로 채워질
소중한 자리임을 믿습니다.
부럼을 깨며 건강을 빌고, 오곡밥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묻던 온기가 그리운 밤입니다.
창밖의 달빛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수많은 사람의 간절한 염원이 저 달에 닿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차오르면 비워야 함을 달은 알지만
오늘만큼은 꽉 찬 풍요를 허락하려 합니다.
내일 다시 초승의 고독으로 돌아갈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환한 보름달 하나 띄워 올립니다.
시린 겨울을 견딘 자만이 만월을 품습니다.
어둠은 빛을 가두지 못하고 배경이 될 뿐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이미 달빛에 젖어 반짝이고 있습니다.
오늘 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나 자신을 만나시길요.
어둠 속에서 피어난 은빛 위로
비워낼수록 가득한 마음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개기월식의 그림자 속에서 달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듯 숨어버린 어둠 속에서도, 달은 붉은 빛을 내뿜으며 자신이 그곳에 있음을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지요.
우리 삶도 때로는 세상의 시야에서 지워진 듯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뜨거운 본연의 색을 찾아가는 숭고한 침묵의 시간입니다.
오늘 다시 찾은 이 은빛 숨결이 어제의 붉은 인내를 기억하며 우리를 따스하게 안아주길 바라요.
정월의 달은 유난히 시리고도 따스한 모순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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