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이 남기는 것 〉

4화 사라져도 머무는 흔적

by 숨결biroso나

계절은 흘러가도,

그 흔적은 내 안에 머문다.



꽃이 피는 순간은 잠시였다.
하지만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향기가 남았다.
잎이 지고 난 나무는 허전했지만, 그 자리에 단단한 뿌리가 깊어지고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떠나는 것만 보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떠남 뒤에 남는 것을 보게 되었다.
겨울의 긴 고요는 마음에 여백을 남겼고, 봄의 첫 새싹은 희망을 남겼다.



봄은 흩날리는 꽃잎으로 시작된다.
순식간에 만발한 꽃이 길가를 물들이지만, 바람 한 번이면 그 화려함은 금세 흩어진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짧았던 찬란함과,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희망이다.

여름은 뜨거운 햇살과 함께 찾아온다.
모든 생명은 숨 가쁘게 자라나고, 그늘은 쉼을 내어준다.
짙어지는 초록의 무게 속에서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배운다.

가을은 모든 것을 비워내듯 다가온다.
나무는 잎을 떨구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익어간다.
사라짐 속에서 오히려 충만한 것을 알게 된다.
남아 있는 것은 허전함이 아니라, 채워진 시간의 깊이였다.

겨울은 모든 것을 덮는다.
하얀 눈 아래서 소리도 잦아들고, 길도 잠시 멈춘 듯 보인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뿌리들이 있음을 안다.
멈춘 것 같아도, 생명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계절은 흘러가지만, 동시에 남는다.
지나간 꽃은 향기로, 여름의 무게는 성장으로, 가을의 비움은 충만으로, 겨울의 침묵은 기다림으로.
사라진 것 같아도 그 자리엔 분명히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계절 앞에서 늘 배우게 된다.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그 자리에 남겨진 빛을 받아들이는 법을.

시간은 늘 나를 지나쳐가지만,
그 속에 남겨진 작은 것들이 오늘의 나를 지탱한다.
변화는 언제나 두렵지만, 그 두려움 끝에는 남는 것이 있다.

계절이 남기는 것들은 결국 나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나는 다음 계절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떠나는 것이 있기에, 남는 것이 빛난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다음 화 예고

4화 〈책장을 넘기는 마음〉

넘겨진 페이지마다 또 다른 내가 있다.

〈머물던 자리, 흘러간 빛〉은 멈춘 듯한 하루에도 스쳐간 빛을 당신 마음에도 건네는 이야기 입니다.



#삶의비유 #계절의변화 #남음과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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