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조용하지만 할 말은 많아

by 고사리
MBTI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성격유형 분류 도구입니다. 유쾌하게 재미와 흥미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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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너 왜 이렇게 조용해?' 일 것이다.

나 또한 조용한 사람이다.

더욱이 낯선 공간에서는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경청만 하고 있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단언컨대, 머릿속으로 얘기하는 걸로 따지면 인프피가 제일 수다쟁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공간에 있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하물며 무언가의 집중하는 시간에도 머릿속은 딱따구리 한 마리가 앉아있다.


'저 강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걸어갈까?'

'내가 어제 본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누군가가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고 물어오면, 속으로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지금도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나는 3인 이상 모이면 더더욱 말이 없어지지만 내 머릿속은 전쟁이 시작된다.

어떤 대화의 주제가 나오면 나 또한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적절한 단어를 찾고, 이 얘기를 했을 때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할까? 까지 모든 상황이 시뮬레이션되고 난 뒤 입 밖으로 꺼낼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 사이 대화주제는 바뀌었고 내뱉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면 다시 나는 말을 삼킨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말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전하고 싶은 감정과 생각이 많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말을 한꺼번에 하면 상대가 지루해할까 걱정된다.

내 머릿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생각들을 어떻게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러다 보니 조용한 사람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조용한 내가 수다쟁이가 되는 날이 있다.

정말 좋아하는 대화주제 이거나, 정말 편한 사람과 있거나.

그런 순간에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말이 진짜 많다고 생각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말한다.


수다쟁이 인프피를 곁에 두고 있는 당신.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건 분명할 것이다.


조용하지만 할 말이 많은 나.

언젠가 그 많은 생각들을 좀 더 솔직하게,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도 그냥 이렇게, 천천히 말할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말의 양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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