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필수템입니다

by 고사리
MBTI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성격 유형 분류 도구입니다. 유쾌하게 재미와 흥미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음악이나 운동이 필수템일 수도 있다.

인프피인 나에게 필수템을 묻는다면 단연 혼자 있는 시간이다.


커피도, 음악도, 운동도 혼자 할 수 있지만 무언가 행위를 하지 않는 정말 진심을 다해 혼자 있는 것.

그것이 나의 인생 필수템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머릿속이 점점 소란스러워진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고,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 에너지는 어느새 배터리가 1%만 남아 있다.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방전되는 기분.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누워있는 걸 특히 좋아하는 나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누워서 도대체 뭘 해요?"

나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뭘 하지 않으려고 누워있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니 누워있는 행위조차도 나에겐 무엇을 한다는 생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누워있으면 그때 머릿속에서는 별별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제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못 한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직 한참이나 남은 1년 뒤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이걸 글로 쓸까?'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고민일 뿐 실행하진 않는다)

그런 시간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


어느 날은 이런 적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3명이 만난 술자리에서 어쩌다 보니 일렬로 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또 어쩌다 보니 나는 친구 둘 사이 가운데 자리였고.

가운데 자리는 영 불편하지만 친한 친구들이어서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고 양쪽의 친구들의 텐션이 높아질 때쯤.

나는 방전 됐다.

제발 자리를 바꿔달라고 애원했다.


그 친구들이 싫어서, 그 분위기가 싫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단지 내 에너지가 방전 됐을 뿐.


물론 혼자 있는다고 해서 늘 평화로운 건 아니다.

가끔은 외롭기도 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져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도 있다.

너무 마음이 힘든 날엔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사람들과 함께할 때도 즐겁고, 일상도 지치지 않고 꾸려나갈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 내게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필수템이다.

그리고 이 필수템을 충분히 충전했을 때, 인프피는 비로소 세상을 더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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