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낼 수 있는 용기

by 엄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 앞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감정은 종종 '두려움'이다.

실패할까 두렵고, 비난받을까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 그것이 바로 용기다.



나는 내성적이다.

남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고 낯선 사람과 만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뒤죽박죽.

결국엔 나사 빠진 로봇처럼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다가 집에 와서 후회한다.

전화 통화는 또 왜 이렇게 힘든지.

전화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전날부터 걱정이 한가득이다.

심호흡을 하고, 내가 전달할 멘트도 미리 작성한다.

왠지 태어날 때부터 1g의 용기도 없을 것 같은 나도 가끔씩 불쑥 용기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20대 사회 초년생 때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벨을 눌렀지만 기사님은 내리는 곳을 지나쳐 버렸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외쳤다.

"기사님! 내릴게요!"

아마도 짐작하는데 그 용기를 내기 전

무수히 많은 정류장을 지나쳐버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힘들게 되돌아가며 생각했겠지

'다음엔 꼭 용기를 내야지...' 하며 말이다.

이상하게도 그 뒤로 누군가가 정류장을 지나쳐서 우물쭈물할 때도 나도 모르게 도움을 주곤 한다.

버스에서는 이상하게 용기가 난다.


용기는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작고 작은 경험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나는 내 안의 작은 용기를 키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작디작은 용기 하나하나가 나를 조금 더 앞으로, 세상 속으로 내딛게 해 준다.


흔히 사람들은 용기를 대단한 결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용기란 작은 결심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 눈을 뜨는 것도,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도, 내가 알던 나와 조금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모두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지금도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버리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아직도 용기가 부족한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작은 용기를 내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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