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이 Nov 27. 2024

봄인 줄 알았나 봐 어떻게

가을에 핀 주름잎 꽃

얘 좀 봐.  

봄인 줄 알았나 봐.

어떡해.


 입동이 지난 지 한 참되었고, 11월 끝자락인데도 날씨가 워낙 따뜻해서 그런지 봄에 피어야 할 들꽃이 철없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이른 봄. 쌀쌀한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곳에서 살고 있다가 꽃을 피우는 주름잎이었다.

주름잎을 살펴보니 성장세가 좋아 보였다.  꽤 좋은 자리를 차지한 덕분인 듯싶었다.  하지만 너무 일찍 꽃을 피워낸 탓에 씨앗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주름잎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아파트 양지쪽 화단에 작은 꽃이 보여 신기해서 찾아보니 주름잎이라는 작은 풀꽃이었다.  어찌나 신기했던지 날마다 그곳에 가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분명 그때가 처음 보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저기 사방팔방 많은 곳에서 주름잎이 보였다.  심지어는 텃밭에서도 만났다. 그렇다면 분명 내 주위에 계속 있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내가 보지 못했던 들꽃이었다.


어디 주름잎만 그랬을까?  

 들꽃을 자세히 알고 보면 자주 눈에 띄었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들꽃을 자세히 보기 시작한 지는 약 7년 전 즈음.  산림교육전문가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면서 나무공부를 하고 들꽃공부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나무들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을 몰랐고,  이름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들풀들이 제각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언제나 새롭고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외우기가 힘들었었다.  어릴 때 봄이 되면 바구니를 들고나가 캤던 냉이가 제일이라고 알았던 나에게 신비한 세계였다.


 들꽃 탐사를 나가면 새로운 풀을 찾아낸다.  그리고 잎을 보고 꽃을 보고 줄기를 보고 열매를 보면서 어떤 종류의 식물이라는 것을 기록을 했다.  기록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별꽃을 보았다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쇠별꽃을 구별해야 했고, 개별꽃, 큰 개별꽃, 덩굴개별꽃, 벼룩나물, 벼룩이자리를 구별해야 했다.  그들은 꽃과 잎이 비슷하기도 했고, 이름이 비슷하기도 해서 잘 헷갈리는 들꽃 종류였다.

망초와 개망초만 알았다 해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봄망초, 주걱망초, 쑥부쟁이류를 구별해내려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왜 이렇게 종류가 많나요?  하면서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지금생각해 보니 그때가 참 호시절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틈이 나면 용마산에 올라가 들꽃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네가, 콩제비꽃이구나!

너는 벼룩이자리 꽃!

너는 들현호색.

모두 만나서 반가워.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단풍 따라 피어난 들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