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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줄 알았나 봐 어떻게

가을에 핀 주름잎 꽃

by 송이

얘 좀 봐.

봄인 줄 알았나 봐.

어떡해.


입동이 지난 지 한 참되었고, 요즘 날씨가 워낙 따뜻해서였는지 봄에 피어야 할 들꽃들이 철없이 피어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주름잎이었다.

요 녀석 성장세가 꽤 좋아 보였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자리를 차지한 덕분인 듯싶었다. 하지만 곧 눈이 내리고 추워질 텐데. 계절에 맞지 않게 꽃망울을 터트렸으니 씨앗이나 제대로 여부를 수 있을는지.


주름잎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아파트 양지쪽 화단에 작은 꽃이 피어 있어 풀꽃도감을 뒤져보고 이름을 알게 되었다. 연한 보랏빛 치마 같은 꽃잎도 귀엽고 예뻤다. 그래서 날마다 그곳을 찾아가 쪼그리고 앉아 살펴보았었던 기억이 났다.

분명 그때 처음 보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저기 사방팔방 많은 곳에서 주름잎 풀꽃이 눈에 보였다. 주말농장 밭뚝길에서도 만났다. 주름잎은 언제나 내 주위에 계속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인지. 내가 보지 않았던 것인지.

그 후 주름잎은 나에게 친숙한 들꽃이 되어 주었다.

들꽃을 자세히 보기 시작한 것은, 약 7년 전 즈음이었다. 산림교육전문가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면서 나무공부를 하고 들꽃공부를 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되었다. 나무들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을 몰랐고, 잡초라고만 알았던 풀꽃들도 다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풀꽃들은 볼 때마다 새롭고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것들의 이름을 외우기가 힘들었었다. 어릴 때 봄이 되면 바구니 하나 들고 다니면서 봄나물을 캐러 다녔던 나였지만 또다시 새롭게 다가왔다.


들꽃 탐사를 나가면 새로운 풀을 찾아낸다. 그리고 잎을 보고 꽃을 보고 줄기를 보고 열매를 보면서 어떤 종류의 식물이라는 것을 기록을 했다. 기록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별꽃을 보았다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쇠별꽃을 구별해야 했고, 개별꽃, 큰 개별꽃, 덩굴개별꽃, 벼룩나물, 벼룩이자리를 구별해야 했다. 그들은 꽃과 잎이 비슷하기도 했고, 이름이 비슷하기도 해서 잘 헷갈리는 들꽃 종류였다.

망초와 개망초만 알았다 해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봄망초, 주걱망초, 쑥부쟁이류를 구별해내려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왜 이렇게 종류가 많나요? 하면서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지금생각해 보니 그때가 참 호시절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틈이 나면 용마산에 올라가 들꽃을 만나면 말을. 걸어. 본다.

네가, 콩제비꽃이구나!

너는 벼룩이자리 꽃!

너는 들현호색.

모두 만나서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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