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무덤을 만들면서
저녁 어스름이 마당에 내려올 즈음.
비를 들고 마당으로 나간다. 햇볕이 없는 틈을 타서 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닭들이 싸질러놓은 똥을 치우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마당 여기저기에 오늘 하루 동안 만들어 놓은 똥무덤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그 똥무덤들은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기도 했다. 닭 네 마리가 똥을 싸면 곧바로 뒤를 따라가 흙을 덮어 놓았다가 해가 지고 선선해진므렵 빗자루로 똥무덤은 살살 쓸어내면 깨끗하게 똥을 치울 수 있다.
처음부터 이 방법을 썼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닭들이 똥을 싸면 곧바로 물을 뿌려 씻어냈는데 물이 사방으로 튀면서 똥과 함께 바닥이 더럽혀지고 그것들을 씻어내기가 더 힘들었다.
마른 흙을 퍼서 똥 위에 올려놓으면 닭똥과 함께 싼 수분을 흡수시켜서 그런지 고약한 냄새도 좀 덜 나고 파리도 보이지 않아 괜찮았다.
닭들은 시시때때로 똥을 싸질렀다. 마당을 가로질러 뒤뜰에 가면서 똥을 싸고, 뒤뜰에서 대문 옆쪽에 있는 화단에 가면서도 마당에 똥을 싸 놓고 간다. 화단이나 뒤뜰 감나무 아래 그늘에서 실컷 쉬면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그곳에 똥을 싸면 좋으련만 내 마음을 알리 없는 닭들은 여유 있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마당 가운데를 지나다가 잠깐 멈추는가 싶더니 ‘뿌직‘ 하고 똥을 내놓는다.
닭 네 마리가 똥을 싸면 얼마나 싸겠느냐고 하지만, 비를 들고 마당에 나와 보면 정말 많은 똥무덤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그렇게 닭들은 넓은 시골마당을 통째로 점거하고 세상 참 한가롭게 잘 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푸른빛이 감도는 신선한 달걀들이 날마다 생산되었다.
“언니, 뭐 그렇게 신경을 써? 똥이 말라버리면 빗자루로 쓸어 버리면 될 것을.”
날마다 똥 치우는 일이 힘들다고 전화를 했더니 동생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 하면서 한 말이다.
그렇다. 닭똥들이 크지 않으니 요즘 같은 날씨에 몇 시간이면 똥들은 바짝 마를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닭들이 싸놓은 똥을 그대로 두었다. 닭 네 마리가 똥을 싸면 얼마나 싸겠어? 하는 생각도 들어 느긋해졌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닭똥 냄새를 맡고 날아온 파리들이 문제가 되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윙윙 거리며 제 세상을 만난다는 듯이 마당에 똥을 핥고 난 후에 거침없이 어디든 날아다녔다. 파리들은 풍부해진 먹잇감에 횡재라도 한 듯 다른 파리들을 불러들여 잔치를 벌였다. 한 낮 따가운 햇볕이 무서워 마루에 앉아 마당을 내려다보면 윙윙거리는 파리들을 대면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 닭을 가지고 왔다고?
시골에서 평생을 사셨던 형부도 놀랐다. 그러면서 이곳 시골사람들도 닭 한 마리도 풀어놓고 키우는 사람은 없는데 그건 좀 고려해봐야 할 일이라고 조언을 했다. 그만큼 닭들을 자유롭게 키우면 그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든 똥을 싸질러놓은 족속들이라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 병아리부터 애정을 들여 키워왔던 닭들이라 사랑으로 감싸 키워보기로 했었다.
오늘도 검은색 청계가 앞뜰에 부드러운 지렁이가 있다는 것이 생각이라도 난 듯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