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면 사고 치는 중입니다

언니는 그리기, 동생은 찢기, 엄마는 꿰매기

by 루루맘

두 아이를 낳은 일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육아일기’라는 이름의 작은 역사서다.


이 두 권의 일기장엔

우리의 기쁨과 눈물,

작은 행복부터 크고 사소한 사건들,

함께한 모든 여행

그때그때 붙여둔 입장권, 비행기 티켓까지

그야말로 우리 가족의 시간이 눌러앉아 있다.


말하자면 우리 가족의 타임머신이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낸

나의 기록형 러브레터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안다.

조용한 아이는 반드시 뭔가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정적이 흐르면

그건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꺼졌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들도 까르르 웃고, 엉엉 울다가,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엄마

부엌일을 하다 말고 휙—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역시.

일기장은 또 어디서 꺼냈는지,

큰애는 펜을 들고 예술가처럼 선을 긋고 있고,

아직 그림엔 관심 없는 둘째는

그 일기장을 찢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 와중에도 본능은 있는 건지…

왜 꼭 언니 일기장을 찢고 있니?


테이프로 군데군데 꿰매진 종이,

찌그러진 입장권과 구겨진 비행기 티켓들.

그날의 감동을 붙잡아둔 기록은

오늘도 아이들의 손끝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멀찍이서 보고 있던 아빠는

오늘도 의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너희, 진짜 커서 얼마나 후회하려고 그러는 거야?!”

“엄마가 너희한테 남겨주려고 하루하루 얼마나 열심히 쓰는 줄 알아?!”

“이건 남들은 기억조차 못하는 순간들이라고!!”


그 말에 아이들은 잠시 멈칫하지만,

역시나 5초 만에 복귀.

혼이 나도 찢는 건 멈출 수 없다.


그 와중에 나는 다시 펜을 든다.

구겨진 페이지를 펼치고,

찢긴 자리를 테이프로 꿰매고,

오늘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써 내려간다.


그렇게 엄마라는 주치의는,

상처 난 일기장을 다시 꿰매듯

오늘도 우리 가족의 시간을 치료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