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고 따뜻한 심사위원
내가 화장을 하면
“엄마, 공주 같다!” 하며 감탄을 터뜨리고,
청소기를 밀면
“엄마 로봇 같아!” 하고 신나게 외친다.
심지어 라면만 끓여도
“엄마 요리사 최고!”라며 박수를 친다.
나는 이미 집 안에서
요리·패션·스포츠·노래까지 섭렵한
종합 예능인이다.
하지만 이 관객은 까다롭다.
노래를 부르면 “엄마, 조용히 해. 귀 아파.”
춤을 추면 “엄마, 이상해.”
심사위원 모드 ON.
내 자존심은 바닥으로 추락하지만,
또 어느 날은 “엄마, 최고야”라는 말 한마디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기분이 된다.
가끔은 너무 집요하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습관처럼 나온 몸짓까지
다 보고, 다 따라 한다.
거울처럼 비추는 그 눈빛 앞에
나는 괜히 자세를 고쳐 앉는다.
“내가 지금 어떤 무대 위에 서 있나”
스스로 묻게 된다.
그래도 감사하다.
내 일상의 모든 장면이
아이에게는 늘 공연이 되니까.
내가 웃으면 아이는 기립박수를 치고,
내가 지치면 아이는 작은 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엄마 힘내”라고 한다.
내 인생 최고의 관객,
그건 언제나 아이였다.
언젠가 객석을 떠나 제 무대를 꾸밀 날이 오더라도,
오늘 이 무대에 보내준 그 눈빛과 박수는
내 평생 가장 뜨거운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