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울타리
뜨거운 일터에서 하루 종일 몸을 굽히고,
온몸에 땀띠가 가득해도
그는 늘 같은 길로 돌아온다.
낡은 작업복엔 하루치 피로가 켜켜이 쌓였지만,
그 발걸음은 언제나 서둘렀다.
평생 마트 한 번 혼자 안 들리던 그가,
무거운 어깨와 양손에는
손녀딸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가득하다.
작은 봉지 과자 하나를 고르면서도
“이걸 좋아할까, 저걸 좋아할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웃음 짓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어쩌면 계산대 앞에 서는 그 순간조차
낯설고 어색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 봉지를 내미는 그 손길은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고 기뻤다.
어깨가 무겁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건
밥상도, 휴식도 아닌
작은 손녀의 웃음이다.
피곤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도,
귀는 작은 발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할아버지!” 하고 달려드는 그 목소리에
다시 눈을 부릅뜨고 일어난다.
밤새워 놀아주다 결국 지쳐 쓰러져도
그 품은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무릎 위에 매달린 작은 두 손,
목에 감긴 팔,
그 모든 것이 그의 하루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그는 그렇게 아빠에서 할아버지가 되었고,
한때는 무뚝뚝한 가장으로만 보였던 그가
이제는 손녀의 세상을 지켜주는
두 번째 울타리가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안다.
그에게 손녀는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이고,
남은 생을 빛나게 해 줄 마지막 선물이라는 걸.
한평생 무게 진 삶을 살아온 그가
이토록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유,
그 대답은 언제나 손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