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벗는다는 것

쉬 안 마려워!라고 말한 지 3분 뒤 생긴 일

by 루루맘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기저귀를 떼는 줄 알았다.


아이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말을 알아듣게 되면
“쉬 마려워요” 하고
스스로 화장실을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배변훈련은
아이보다 엄마의 멘탈훈련에 더 가까웠다.


팬티를 입힌 첫날,
나는 세 번이나 바닥을 닦았다.


두 번은 거실에서,
한 번은 소파에서였다.


아이의 표정은
“어? 왜 여기서 나오지?”
같은 얼굴이었고,


내 표정은
“그래… 이게 시작이구나…”
같은 얼굴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는
항상 수건이 준비되어 있었고,
세탁기는 평소보다 더 자주 돌아갔다.


팬티를 입히면
아이들은 꼭 이렇게 말한다.


“나 쉬 안 마려워!”


그리고 정확히 3분 뒤


“엄마… 쉬 나왔어.”


왜인지 모르게
아이들의 “쉬 안 마려워”는
이미 늦었다는 뜻에 가깝다.


어떤 날은
화장실 앞까지 데려가도


“안 나와!”


라고 외치더니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거실 한가운데에 멈춰 서서
세상을 깨달은 얼굴로 말한다.


“엄마… 지금 나와.”


정말로
지금. 바로. 여기서.


그럴 때면 나는
마치 재난 대응 요원처럼 움직인다.


수건!
팬티!
물티슈!


그리고 가끔은
어린이집 가방까지 다시 열어야 한다.


등원 3분 전.


신발까지 다 신었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응가.”


왜인지 모르게
이 말은 항상 현관에서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벗긴 바지를 다시 벗기고,
다시 입히고,
다시 신발을 신긴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이게 배변훈련이지…”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며 말한다.


“엄마! 쉬!”


나는 반신반의하며 따라간다.


혹시 또 늦은 건 아닐까.
혹시 또 바닥일까.


하지만 그날
정말로 변기에 앉아
조용히 성공을 했다.


세상에.
이 작은 아이가
자기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화장실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이의 “쉬!” 한마디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박수를 친다.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기저귀를 벗는다는 건
아이에게는 성장이고,
엄마에게는 인내의 기록이라는 걸.


오늘도 우리 집 세탁기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언젠가 이 모든 날이
“그때 그랬지” 하고 웃을
추억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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