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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사삭 Dec 08. 2020

달을 보며 빵을 굽다

책 이야기


                                                                                                                                                                                                                                                                                                                                                                                                                                                                                                                                                             

도서관 서가에 워라벨 관련도서로 전시된 이 책을 본 순간, 제가 애정해마지 않는 "빵"에 관련된 책이라 고민없이 집어들게 된 책입니다.

제목이 "달을 보며 빵을 굽다"여서 새벽에 달을 보면서 빵을 만든다는 얘기?인걸까 생각했는데, 그보다도 더 심오한 의미의, 빵을 만드는 이의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책표지의 바게트빵은 저자의 빵집인 히요리브롯의 기본상품인 "바게트"입니다. 


"달의 주기"에 맟춰 발효를 하고 빵을 굽는 저자는 오프라인으로 빵집을 하다가, 버려지는 빵에 대한 고민끝에 온라인판매방식의 새로운 개념의 빵집(히요리브롯)을 고안하게 됩니다.


달을 보며 빵을 굽는 히요리 브롯의 콘셉트는 


달의 주기에 따라 발효의 진행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반죽의 숙성시간에 차이를 두고,  달이 차오를 때는 빵을 만들고 달이 이지러질때는 직접 생산자를 찾아간다거나,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하는것입니다.

그러니까 한달에 3분의 1은 "일"이 아닌 "인풋의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선하고도  기발한 발상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그녀)는 빵을 통해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인연을 통해 그녀만의 제빵세계를 더욱 확장해가고 성장해갑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그녀만의 성장일기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생산자에게도 수익을 돌려주는것까지 배려하는 모습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바로 저런것이 아닌가 하는 존경심마저 일었습니다. 


또한, 빵을 만드는 과정을 마음껏 즐기고, 소비자에게 가장 최고의 빵을 제공하는 히요리 브롯만의 제빵철학의 기저에는 제대로 된 빵을 제공하고자 하는 그녀의 "진심"이 깃들어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의 히요리브롯의 그녀가 있기까지는 기나긴 수년간의 수련기간을 묵묵히 거친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수련기간동안 "청소"도 빵만들기의 한과정으로 여기고 자신이 수련하는 빵집에 보탬이 되고자 조금의 티끌도 보이지 않게 매일 두시간씩 묵묵히 청소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스승인 시가셰프는 단순히 제빵의 기술만을 가르친것이 아닌 정신적 스승으로 나옵니다.

시가셰프의 말은 참으로 울림이 있습니다.


"매일 해야 하는 청소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빵을 만들때도 어딘가 한군데는 반드시 소홀하게 되어 있어. 그런사람이 좋은 빵을 만들수 있을리가 없지"


반복되는 제빵이라는 일의 현장에서 자신의 직원들을 엄격하면서도  확고한 철학으로 가르치는 시가셰프의 모습은 마치 무림 세계의 고수같아 보입니다. 

직원들이 "홀로서기"가 가능하도록 제빵의 모든 포지션을 돌아가며 배울수 있게 하는 시가셰프의 방침- 단순작업처리가 아닌 다양한 포지션에 들어가 배우면서 빵을 만드는 일련의 공정체계를 스스로 세울수 있도록 이끌어주는것은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되보는 대목입니다.


히요리브롯의 제빵철학과 저자의 묵직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가치와 철학은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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