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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사삭 Jul 18. 2021

#5.행복한왕자(오스카와일드)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문장)

내 몸은 순금으로 덮여 있단다. 제비야, 네가 내 몸의 금박을 한겹 한겹 벗겨서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렴. 사람들은 언제나 금이 있으면 행복해질거라 믿으니까.. -행복한 왕자 중-


어릴 적 처음 오스카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행복한 왕자와 제비가 아무리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도 그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도와주는지도 모르는데, 왜 도와주는걸까? 하고..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행복한 왕자는 마음이 행복한 왕자였고, 행복한 왕자를 도와준 제비야말로 더 행복한 제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와일드의 단편소설입니다. 오스카 와일드하면 탐미주의 작가,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데, 사실 어른이 되어서야 이 책이 오스카와일드의 단편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두 아들을 위해 9편의 동화를 썼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동화인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도시에  높이 솟아 있는 기둥 위에 온몸이 순금으로 도금되어 있고, 두 눈은 사파이어로, 차고 있는 칼자루는 빛나는 루비가 박혀있는 왕자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동상을 "행복한 왕자"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금으로 된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보는 사람마다 그 아름다움과 눈부심에 칭송과 칭찬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나라인 이집트로 가야 하는 제비가 우연히 왕자의 동상에 하룻밤 머무르게 됩니다. 왕자의 동상 밑에 잠을 청하던 제비는 커다란 물방울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걸 느끼고, 처음에는 빗방울인 줄 알았다가, 그것이 행복한 왕자의 눈물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묻습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난, 행복한 왕자란다."


" 행복한 왕자라면서 왜 울고 있나요? 왕자님 때문에 제 몸이 다 젖었어요."


"내가 살아 있을 때, 그러니까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을 때 난 눈물이 무엇인지 몰랐어. (중략)....


내가 죽고 난 뒤, 사람들은 나를 동상으로 만들어 여기 이 높은 곳에 세웠어. 그제야 비로소 난 이 도시의 온갖 추하고 비참한 생활을 볼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내 심장이 납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거란다. "


행복한 왕자는 제비에게 도시 곳곳에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아픈 아들을 키우는 재봉일을 하는 여인, 작가인 가난한 젊은이, 어린 성냥팔이 소녀등..)을 돕게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눈에 박혀있는 사파이어, 칼의 루비, 자신의 몸을 뒤덮고 있는 순금 조각들을 모두 어려운 이들에게 전해달라고 제비에게 부탁합니다. 


착한 제비는 겨울이 오기 전에 남쪽나라로 가야 함에도 왕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남쪽으로 가야 하는 날을 차일피일 미루며, 왕자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제비는 왕자의 일을 돕는 동안 왕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결국 남쪽나라를 가지 못한 채 왕자의 동상 발밑에서 숨을 거두게 됩니다. 

"제가 가는 곳은 이집트가 아니랍니다. 전 죽음의 집으로 가려해요. 죽는다는 것과 잠이 든다는 것은 별로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제비가 죽자 행복한 왕자의 납으로 만들어진 심장도 제비의 죽음에 가슴이 아파 두 동강이 납니다. 그리고 다음날, 사람들은 금붙이도 보석도 없는 초라해진 왕자의 동상을 보고는 흉물스럽다며, 용광로에 넣어 녹여버립니다. 한때는 그렇게 아름답다고 칭송하던 행복한 왕자를 초라하고 더 이상 쓸모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왕자의 납으로 된 심장만은 녹지 않아, 쓰레기 더미에 버려집니다. 죽은 제비와 함께...

그 후 돈 많은 부자 시의원들은 왕자의 동상 자리에 자신들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며 서로 싸움을 벌입니다.


한편, 하늘나라에서는 하나님이 그 도시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두 개 가져오라고 하자, 천사들이 납으로 만든 왕자의 심장과, 죽은 제비의 몸을 가져오며 동화는 끝이 납니다. 


" 정말 잘 가져왔구나, 이 귀여운 새는 천국의 정원에서 영원히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며, 행복한 왕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이 도시에서 늘 나를 찬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



행복한 왕자를 읽으면서 인간의 비속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왕자는 '사람들이 금(돈)이 있으면 행복해 질거라 믿는다'라고 말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인 우리들은 황금을 사랑하는가 봅니다. 그 황금에 눈이 멀어,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일입니다.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치우자 그 자리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끊임없이 빛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성경에서 예수님이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을 때 마지막 시험인 세 번째에 사탄은 예수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또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여기서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하였고, 또한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시리라 하였느리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마귀가 모든 시험을 다 한 후에 얼마 동안 떠나니라. (누가복음 4장 9절~13절)                                                  


바로 "빛나는 일"을 하라는 시험입니다.

우리는 늘 인정받고 싶어 하고 빛나고 싶어 합니다. 그 반짝이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황금의 모습인 듯합니다. 


행복한 왕자가 주는 메시지는 간명합니다.

황금을 가졌으나 그 황금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푼 행복한 왕자와 그를 도와주는 제비를 통해 진정한  "선행"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행복한 왕자보다는 왕자의 부탁을 거리낌 없이 들어주고 도와주는 제비가 더 아름답고 귀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대개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아름다움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판단할 때 외모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외양만이 전부가 아님을 또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빛나는 모습 뒤의 슬픔이나 아픔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나와는 다른 위치, 다른 환경 속의 이들을 품을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값없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는 왕자, 남쪽나라로 가야 함에도 왕자의 선행에 손과 발이 되어준 제비.. 어쩌면, 우리는 그 제비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독교적인 색채가 가득한 행복한 왕자의 동화를 읽으면서,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따뜻하고 선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을 살아간 제비가 행복한 왕자의 또 다른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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