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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사삭 Nov 07. 2021

[일드]カルテット(콰르텟)

도넛의 구멍처럼 인생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

                                                                                                                       

제가 좋아하는 배우 마츠다카코(Matsu Takako)가 출연한 드라마 중 그동안 보고 싶었던 드라마인 "콰르텟(カルテット)"을 일주일 동안 몰아서 보았습니다. (드라마 보는 맛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답니다.^^)


현악기를 연주하는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에피소드가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었고, 촘촘하게 짜여진 각본과 반전, 그리고 주인공마다 드러나게 되는 각자의 사연들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의 작가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드라마와 영화의 각본가로 유명한 "사카모토 유지(Sakamoto Yuji)"입니다. "도쿄 러브스토리", "마더", " "최고의 이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그래도 살아간다"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집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마더와 최고의 이혼이 리메이크 되었었죠)


그의 작품 중 2017년 작인  "콰르텟"은 총 10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드  콰르텟의 공식홈페이지에 나온 드라마 설명입니다.
각본 : 사카모토 유지
출연 : 마츠다카코, 미츠시마히카리, 다카하시잇세, 마츠다류헤이

30대를 대표하는 4명의 실력파 배우 공동주연

사랑, 눈물, 웃음, 비밀, 거짓이 얽혀있는,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어른들의 사랑 ×휴먼 서스펜스..

어느 날 4명(여자 둘, 남자 둘) 이 "우연히" 만나게 되고..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인생의 정점에도 오르지 못하고, 내리막길 앞에 멈춰서 있다. 이들은 콰르텟을 구성하고, 카루이자와에서 어느 겨울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우연"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데...

드라마는 마키(마츠다카코), 스즈메(미츠시마히카리), 벳부(마츠다류헤이), 이에모리(다카하시잇세), 이 4명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들과 관계된 녹턴(레스토랑)과 주변인물들(마키의 남편, 시어머니 등)이 나옵니다.

마키와 벳부는 제1,2 바이올린을, 스즈메짱은 첼로를, 이에모리상은 비올라를 연주합니다. 음악이 본업이 아닌 네 사람은 "운명"을 가장?한 "우연"으로 가라오케에서 만나 자신들이 꿈꿔온 음악에 대해 나누게 되고 현악4중주팀 "콰르텟도너츠홀"을 결성하게 됩니다.(드라마 초반에 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후반부에 비밀이 밝혀집니다)


드라마에서 그나마 직업적,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벳부의 별장에서 함께 살게 된 이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고 꿈을 이야기하고 각자의 아픔과 비밀들을 나누게 됩니다. 


[음식 속에 깃든 이야기들..]


일본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요.. 일드에는 유독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콰르텟에서도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함께 아침식사를 하거나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들이 처음 식사하는 장면중 카라아게(닭튀김 요리)에 레몬을 다 뿌릴 것인가, 각자 접시에 가져다가 뿌릴 것인가 논쟁을 하는 부분은, 음식 하나에도 각자의 스타일과 철학이 있는 거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공감한 것 같습니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삶을 함께 공유하고 추억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스즈메짱이 벳부가 만들어준 "나폴리탄(토마토소스로 만든 파스타)"을 꿈속에서마저도 고이고이 기억하는 것

-따뜻한 콘차(옥수수차)를 함께 마시는 것

-가츠동(돈가스 덮밥)을 먹으며 "울면서 밥을 먹어본 사람은 살아갈 수 있어요"하며 스즈메짱에게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손 내밀어준 마키

-이에모리상이 기다란 국수를 무심한 듯 잘라주며 함께 국수를 먹는 것

-카라아게(닭튀김 요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장식된 파슬리를 보며, 파슬리의 존재를 잊지 않고 "쌩큐, 고마워 파슬리" 할 수  있는 것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며 그 시간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片思い(카타오모이, 짝사랑)]


드라마에서는 각자의 짝사랑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프지만 그 사랑 또한 어른으로서 감싸 안고 가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이런 사랑도 나쁘지 않아"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벳부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가끔씩은 용기 내어 직진하는듯한 짝사랑..

스즈메짱의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성숙하고도 짠한 짝사랑..

의외로 내색하지 않아 몰랐던 이에모리상의 쿨한 듯 마음 깊은 짝사랑..


그리고, 저 역시 드라마에서 짝사랑?하게 된 배우가 탄생?하게 되었으니...

마키를 짝사랑하는 벳부(마츠다 류헤이)입니다.

벳부의 캐릭터는 주변인들을 티나지 않게 살펴주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지만 가슴속엔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성실한 스타일의 사람인데, 이 연기를 한 마츠다 류헤이의 연기가 어찌나 과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한것인지..드라마를 보는 내내 벳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

[Quartet Doughnuts hole(콰르텟 도너츠 홀)_구멍이 없는 도너츠는 도너츠가 아닌것..]


드라마 후반부, 카루이자와의 별장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이들은 각자 일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겠다고 하며 콰르텟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때 벳부의 말..


마키,스즈메,이에모리 : 저도 일 시작했잖아요. 저도 일을 늘릴게요. 나도 취직할 거야

벳부 : 그러면 그게 본업이 되잖아요. 일과 알바를 우선시하다가 결국 일에 치여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이에모리 :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나중에 베짱이가 돼서..

스즈메 : 굶어 죽거나, 고독사 할지 몰라요

이에모리 : 이제 우리도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돼.

벳부 : 제대로..제대로 한 결과가 저예요 제대로 연습하자. 제대로 악보를 보자. 어린이 바이올린 교실 때부터 애들에게 그렇게 말했거든요. 그때 제대로 안 한 애들은 지금 세계에서 활약 중이에요 제대로 하자고 했던 저는 지금... 굶어 죽으면 어떻고 고독사하면 어때요? 우리 이름은 콰르텟 도넛 홀이에요 구멍이 없으면 도넛이 아니죠. 저는 여러분이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요. 만약 전 세계에서 비난하더라도 제가 전력을 다해 받아줄게요

마키, 스즈메 : 하긴 구멍이 없으면.. 튀긴 빵에 불과하죠..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여기에서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늘 마지메나 히토(성실한 사람, 제대로 하는 사람)이길 사회적으로 요구받죠. 


하지만, 콰르텟의 이들은 어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어른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한,

베짱이처럼 대책?없이 음악이나 하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경제적으로도 바로 서지 못한, 

눈에 띄지 않는 보잘것없는 이들입니다.(흔히 루저_loser_라는 말로도 폄하하죠)


마키 : 이게 우리의 실력인 거예요 그러니까 한번 해보죠. 삼류란 것과 사회인으로서 실격이란 걸 인정하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연주하는 척을 해요. 당당한 프로로서, 콰르텟도넛 홀의 꿈을 보여줍시다.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음원을 틀어놓고 연주하는 척 공연을 하게 되자 마키가 이들에게 한말>

세상 사람들이 삼류라 욕해도(드라마에서는 벳부의 동생이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하는 역할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악기를 통해 음악을 연주하는 내면의 기쁨과 고결함, 그리고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콰르텟 도너츠홀"팀은 길거리에서 연주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 공연을 하기도 하면서, 허울 좋은 자존심은 내려놓고 사회적인 통념들과 비웃음을  뒤로한 채 그들의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에모리 : 좋아하는 걸 취미로 할지 꿈으로 할지 말이에요.
취미로 하면 행복하지만, 꿈으로 하면 비참하다고. 요 지금 그때가 온 것 같아요. 꿈이 끝나는 타이밍, 음악을 취미로 할 타이밍이 저쪽에서 왔어요.

벳부 : 저는 지난 1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꿈을 붙잡고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꿈을 꾼다고 손해보진 않아요.
손해는 하나도 없었어요

스즈메 : 쉬는 날에 다 같이 거리에서 연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들어주든 안 들어주든 우리가 즐거우면 되죠 뭐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면서 꿈을 하나둘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이들이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허망해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꿈을 꾼다고 해서 그 꿈이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떠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성공이라는 것, 실패하는 것,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의 모습을 인정하며 정답이 없는 인생을 우리들은 각자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고 활을 잡고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이 저는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빛나 보입니다. "구멍"이 있는 삶이라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들의 모습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기준과 세상의 성공에 기죽을 필요도 없고 그러니, 나는 그저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용기와 위로를 얻었습니다.


[포용_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들의 관계성]


콰르텟도넛츠홀의 강점은 바로 "포용(받아들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 하나씩 결락되고 내밀한 아픔을 간직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포용해줍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몹쓸 인간이고 비루한 인간일지라도 이들 안에서의 결속과 믿음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안아줍니다. "같은 샴푸"를 쓰고 "같은 향기"를 공유하는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가족 이상의 결속과 신뢰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아줍니다. 


어찌 보면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허울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며 마키를 떠난 남편, 이에모리상의 지옥과도 같은 결혼생활, 스즈메상의 사기꾼 아버지, 벳부의 대단하고도 능력 있는 집안 가족들..


그 가족들과는 차원부터 다른 이들의 조합은 함께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묘하게 조화롭습니다. 

그 누구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베란다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목도하게 된 이들..

어쩌면, 그 쓰레기 더미는 자신들이 보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조각들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의 후반에서는 이들의 변화가 보입니다. 창문을 닦고, 쓰레기를 비우고, 청소를 하고 집안을 살뜰히 살피는 이들..점점 마음의 찌꺼기도 치우고, 진짜 살아가고 싶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마키, 스즈메, 벳부, 이에모리 상이 가끔씩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조금은 실수하고 못나도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해줄 수 있는 "친구"같은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방향,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짜 제대로? 사는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 드라마, "콰르텟" 일드였습니다. 



드라마 마지막에 늘 나오는 드라마 주제곡인데, 너무 좋아서 흥얼흥얼 따라 불렀습니다. 해석이 다소 어색할 수 있겠지만,  함께 노래 가사도 덧붙여봅니다. 

<콰르텟 OST>

<おとなの掟(おきて)>
(오토나노 오키테, 어른의 법, 어른들의 규칙)


真っ黒な中に一つ
(맛쿠로나 나카니 히토츠, 깜깜한 가운데 하나)
消えては浮かぶ吐息よ
(키에테와 우카부 토이키요, 스러졌다 떠오르는 한숨)
冷たい闇夜は 僕の願い 飲み込み匿います
(츠메타이 야미요와 보쿠노 네가이, 노미코미 카쿠마이마스,
차가운 깜깜한 밤은 나의 바램을 이해해듯 숨겨주네)

好きとか 嫌いとか 欲しいとか 気持ちいいだけの台詞でしょう
(스키토까, 키라이토까, 호시이토까 기모치이이다케노 세리후 데쇼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바란다거나 그저 기분만 좋아지는 대사(틀에 박힌 말)이겠지)

ああ白黒付けるには相応しい
(아~시로쿠로즈케루니와 후사와시이,아 흑백으로 말하기에 딱 알맞은)
滅びの呪文だけれど(호로비노 쥬몬다케레도, 파멸의 주문이겠지만)

手放してみたいこの両手塞いだ知識
(테바나시테미타이 고노 료테 후사이다 치시키, 놓아버리고 싶네 이 두손을 막고있는 지식)

どんなに軽いと感じるだろうか
(돈나니 카루이토 칸지루다로오까, 얼마나 가벼운지를 느끼겠는가?)

言葉の鎧も呪いも一切合切
(코토바노요로이모 노로이모 잇사이 갓사, 이말의 갑옷도 저주도 모조리)

脱いで剝いでもう一度僕らが出会えたら
(누이데하이데 모우 이치도 보쿠라가 데아에타라, 벗어버리고 한번 더 우리들이 만날 수 있다면)

そう人生は長い,世界は広い
(소, 진세와 나가이, 세카이와 히로이, 그래 인생은 길고, 세상은 넓어)
自由を手にした僕らはグレー
(지유-오 테니시타 보쿠라와 그레-, 자유를 손에 쥐고 있는 우리들은 회색)

幸福になって不幸になって
(코-후쿠니낫테, 후코-니낫테,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하고)
慌ただしい胸の裡だけが騒ぐ
(아와타다시 무네노 우치다케가 사와구, 얼떨떨하지만, 마음만은 요동치네)

おとなは秘密を守る
(오토나와 히미쯔오 마모루, 어른은 비밀을 지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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