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몹시도 추운데, 창밖 너머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은 따사롭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일요일 아침 곤하게 늦잠을 자고 있고, 식탁에 앉아있다 법정스님의 "좋은 말씀"이란 책을 읽던 저는 문득 창가의 햇살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저 햇살은 아무 대가 없이 우리에게 이렇게 온기를 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창가의 의자로 향했습니다.
바라보던 햇살을 몸으로 직접 따사롭게 받아보니 내 몸이 그동안 따뜻한 햇살이 그리웠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매일의 직장생활, 그리고 이어지는 야근, 해야 할 일들이 때로는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때가 있습니다.
일에 골몰하다 보면, 마음에 여유라는 건 어느새 사라지고 수첩에는 빼곡히 그날, 혹은 일주일 동안 처리해야 할 일들로 가득합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살펴보지 못한 채 살다 보니 마음이 황량하고 퍽퍽하기만 합니다.
아, 그렇습니다. 내 마음에 "광합성"이 필요한 때가 온 것입니다.
어쩌면 법정스님의 말씀과 내 마음의 상태가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그런 깨달음에 도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부서에 온 지 두 달 여가 되어가는 지금..종종 나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에 좌절도 되고, 울적한 마음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아니 직장생활을 한지가 20여 년이 넘는 이 상황에서도..남들이 보기에는 저 정도면 베테랑 아닌가 하는 그런 시기에.. 저는 갓 신입사원이 된 것 마냥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운 건 왜일까요..--;;)
아..마음에 너무 그늘이 진 것 같습니다. 마음에 비만 내리고만 있었나 봅니다.
이제 활짝 갠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도 오늘 책을 통해 마음의 광합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가 도서관 반납기일임에도 반납을 하지 못해 하루가 지난 오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전에 필히 책을 읽어내야만 하는 과제?아닌 과제가 아침에 있었기에 생각지도 못한 마음의 광합성을 실컷 할 수 있었습니다.
법정스님의 법문 모음집인 "좋은 말씀" 중 사바세계(사바세계란, 참고 견디어 나가야 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를 살아가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의 교훈인 "보왕삼매론"의 일부입니다.
-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 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 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 남이 내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길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하셨느니라.
- 공덕을 베풀 때에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길 '덕 베푼 것을 헌 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인생이란 게 그런가 봅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 같은 날, 맑고 푸르른 날, 을씨년스러운 날, 추워서 잔뜩 웅크리게 되는 날, 땀이 비 오듯 하는 뜨거운 날들..
그러한 날들을 겪어가며 우리의 인생의 나이테는 하나씩 하나씩 늘어가는 것이겠죠.
여러분도 가끔은 지치거나 힘들 때 저마다의 마음의 광합성을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저는 그저 책도 좋고, 음악도 좋고, 산책도 좋고, 그저 멍하니 하늘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