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아침 출근길마다 조성진의 피아노곡을 들으면서 짧게라도 조성진의 피아노 음악에 대해 글을 남기리라 했건만, 마음먹은지만 어느새 한달이 되어갔습니다.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주는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아..이 벅차오르는 감동은 미약하나마 글을 남겨야 해' ..하던중..
토요일 늦은 저녁...
도저히 글을 쓰지 않으면 이 마음의 미진함을 떨칠 길이 없어 노트북 앞에 저는 앉았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7년 전인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연주자입니다.
그 당시 뉴스에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며 대서특필 되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콩쿠르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수상에 수줍게 웃고 있던 청년의 모습도 아련히 떠오르네요.
클래식 마니아는 아닌지라 그렇게 시간이 지나던 중 우연히 JTBC의 "고전적 하루"라는 프로그램에서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3악장을 듣게 되는데...
숨죽여 듣던 저는 그저 압도당했습니다.
베토벤의 곡을 그렇게 맑게, 완급을 조절해가며 연주해나가는 조성진의 피아노 소리에 그저 감정이 벅차오르더군요.
물아일체(物我一體)
아. 이 말의 뜻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피아노와 하나가 되어 온몸으로 오롯이 연주하는 이의 모습이 참 아름답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어느 경지에 다다른 이의 모습은 이렇듯 경이로운 것인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리하여 저는 그의 피아노 연주를 찾아보고 듣게 되었습니다.
그중 제가 추천하는 곡들입니다.
첫 번째는 고전적 하루에서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3악장입니다.
이곡은 정말 조성진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맑음과 청아함, 감정의 소용돌이를 피아노로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마음에 위로가 되는 곡입니다.
두 번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연주의 첫 시작, 피아노의 한음 한음이 묵직한 걸음이 되어 제 마음속으로 걸어들어옵니다.
피아노를 치는 손끝 하나하나에 온전한 정신의 집중, 원숙미가 가득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대가가 그저 대가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세 번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입니다.
조성진이 19살 때 일본에서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협연한 곡인데, 앳된 모습 속에 진중함이 담겨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쓸쓸하고 처연하다면, 모차르트는 밝고 서정적입니다. 2악장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OST로도 유명합니다. 공연 실황의 음질이 상당한 고퀄리티로 이어폰을 끼고 듣다 보면 공연장에 있는듯한 기분입니다. 어린 나이에 곡을 이렇게 해석하고 연주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사색이 필요했을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맑고 투명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그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됩니다.
저 나이에 저만큼의 곡해석과 표현력을 가지고 최고의 연주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그저 존경과 응원이 절로 나옵니다. 아마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가끔은 지친 하루의 일상속에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마음의 얼룩, 고단함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피아노와 하나가 되어 연주를 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좀더 삶에 집중하며 살아야 겠다는 강한 의지마저 떠오르느걸 보면요..그래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음악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가 봅니다.
아무쪼록 조성진의 음악세계가 더욱더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언젠가 공연장에서 그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을수 있는 날도 함께 꿈꿔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