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Discovery
브랜드 네임 개발을 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삼성의 BESPOKE, 배달의민족, 카카오.
주로 외부에 전달되고 싶은 이미지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최고의 레퍼런스로 언급되는 이름들.
그 이름은 정말 이름이 좋아서 성공한 걸까요? 아니면 성공한 브랜드라서 이름까지 멋져 보이는 걸까요?
위에서 언급한 세 브랜드는 개발 대상의 특징과 환경을 잘 이해하고
우리만의 강점으로 잘 발달 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며 그 이름들이 성공한 이유를 찾아보겠습니다.
최근 브랜드 네임은 여러 단어가 조합된 합성어보다 자연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자연어는 직관성이 높을 뿐 아니라 담백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플랫과 고딕으로 설명되는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와도 잘 어울립니다.
대신 식별성이 낮기 때문에 독점적인 상표권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식별성을 기대할 수 있는 자연어는 대체로 낯설거나 난이도가 높고,
난이도가 높은 이름은 인지도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초기 마케팅 비용을 고려한다면 최종적으로 선택하기에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험을 단행한 브랜드가 바로 삼성의 BESPOKE입니다.
‘Bespoke’는 ‘맞춤’을 의미하는 영단어인데, 과거에는 Tailor가 그 역할을 하였습니다.
워낙 많이 쓰는 단어이다 보니 식상한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뻔한 Tailor를 대신할 Bespoke의 등장.
원래 Bespoke는 고급 시계나 자동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던 고객 맞춤 서비스에서 쓰던 단어였습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있지만 절대 쉬운 단어라고 할 수는 없는 난이도입니다.
그런 Bespoke를 생활 가전 브랜드 네임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신제품이 나오기만 하면 주목 받고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Bespoke가 무슨 뜻인지 모르더라도 삼성에서 나온 새롭고 멋진 제품이라는 걸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힘이 있었고,
낯설기 때문에 오히려 브랜드화가 되기도 쉬웠습니다.
BESPOKE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네임을 우리만의 강점을 이용해
세련되고 남다른 이름으로 전환하여
“자연어 이름인데 BESPOKE 같은 이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영문 이름이 선호 받던 과거와 달리
최근 MZ세대에게는 국문으로 된 브랜드 네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타다, 요기요처럼 의미를 쉽게 전달할 수 있고
오늘의 집, 당근마켓처럼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생활 밀접 제품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렌드 입니다.
이 유형의 대표주자는 '오늘의 집'과 '배달의 민족'입니다.
오늘의 집은 자취생의 가성비 인테리어가
인스타그램 감성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이름입니다.
반면에 배달의 민족은 자극적인 양념을 팍팍 친 B급 감성이
Meme(밈)을 좋아하는 MZ세대에게 어필한 이름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이름에서도 재미를 추구하였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들어와 익숙한 ‘배달민족’을 배달 서비스에 연결한 발상은
장난스러우면서도 과감함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 젊은 세대가 타깃층이라서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소비자와 소통에서도 재미를 추구합니다.
미래 지속성 보다는 ‘지금 유행하고 재미있는 것’을 즉각적으로 반영한
재치있는 굿즈와 콘텐츠로 실시간 소통을 지속하면서
배달의 민족은 ‘배달의 민족이 한다’고 하면 일단 관심을 끄는 대표적인 MZ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배달이라는 생활 밀접 서비스의 특징과 타겟층의 감성을 충족한 배달의 민족은
당연히 남다른 이름을 원하는 브랜드들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배달의 민족 같은 이름" 에서 끝나지 않고
"배민처럼 줄임말도 고려한 이름"까지 트렌드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를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구체물이나 이미지에 브랜드의 의미를 전이하는 유형은
개발 과정도 어려운데 설득하는 과정은 더 어렵습니다.
정의하기도 어려워서 과거에는 ‘애플같은 이름’으로 지칭되었는데
최근에는 ‘카카오 같은 이름’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네임은 전달 대상에게 신선하고 색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 목표입니다.
따라서 다소 엉뚱하더라도 일단 뇌리에 남는 이름, 새롭다고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음과 조형이 우선적으로 고려됩니다.
카카오라는 이름 역시 사내 공모 당시 ‘부르기 쉬우며 귀여운 느낌’이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브랜드 네임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면 의미 부여 기술이 나설 차례입니다.
이런 이름일수록 ‘왜?’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에
브랜드의 철학과 지향과 연결점을 찾지 못하면 그저 예쁘기만 한 이름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와 네임 사이를 타당하게 잇는 것에 성공하면,
드디어 새로운 느낌도 들고 내부와 외부에서 납득할 수 있는 "카카오 같은 브랜드 네임"이 완성됩니다.
오늘 살펴본 세 개의 브랜드 네임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대표적인 브랜드들입니다.
그래서 이 이름들이 이름 자체로 빛나는 것인지
아니면 성공한 브랜드라는 후광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가 사과농장을 다녀와서 지었다는 설도 있으니
세상에는 소 뒷걸음같은 탄생 비화를 가진 브랜드 네임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브랜드 네임은 어디까지나 참고로 하되
“어디 같이 해주세요”가 아닌 우리다운 이름이 될 수 있도록
브랜드의 내부와 외부를 잘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출발이라고 정리하며, 오늘의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