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할수록 좋은 것들에 대하여

낫토아보카도 비빔밥

by 박정민

No-96

매거진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귀찮은 날, 그래도 나를 챙기는 한 그릇


<낫토아보카도 비빔밥>


어떤 음식은 처음 만났을 때 당황스럽다.


낫토가 그랬다. 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냄새, 젓가락으로 휘저을수록 점점 더 끈끈해지는 그 모양새. 솔직히 말하면 반갑지 않았다. 이게 뭐지, 싶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자꾸 생각난다. 인연이 그런 것처럼.


반찬 준비하기 귀찮은 날이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매일이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결국 꺼내드는 건 밥솥 속 잡곡밥 한 덩이. 오늘은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얹어 비빔밥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하여 낫토 아보카도 비빔밥.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얹으면 된다. 요리라기보다는 조리에 가깝다.


낫토 팩을 꺼내 젓가락으로 천천히 젓는다.


처음엔 뻑뻑하다. 그런데 계속 저으면 점점 실처럼 길게 늘어나는 나토키나아제 특유의 점성이 생긴다. 이 끈끈함이 혈전을 막고 혈관을 청소한다니, 보기엔 지저분해도 속은 깔끔한 녀석이다. 사람도 그런 경우가 있지 않던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아보카도를 반으로 가른다. 씨를 제거하고 얇게 슬라이스. 칼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감촉이 좋다. '숲 속의 버터'라는 별명답게 질감이 묵직하고 고소하다. 당 함량은 낮고 불포화지방산은 풍부하다. 맛있는 것이 몸에도 좋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달걀 프라이는 이 비빔밥의 마침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달걀 하나를 깨 넣는다. 반숙으로. 노른자를 터뜨리면 온 그릇에 노란 윤기가 돈다. 사진 찍기도 전에 비비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그릇에 잡곡밥을 담는다.


상추를 먹기 좋게 썰어 올리고, 어린잎 채소도 씻어 물기를 털어 얹는다. 슬라이스 한 아보카도, 끈끈하게 준비한 낫토, 달걀 프라이. 조미김은 가늘게 채 썰어 마지막에 올린다. 고추냉이 한 점, 참기름 반 작은 술, 가쓰오 간장 반 큰 술. 드디어 완성이다. 그릇 하나 안에 초록과 노랑과 갈색이 층층이 쌓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하게 예쁘다. 숟가락을 들고 천천히 비빈다.


낫토의 끈끈함이 밥알 사이사이를 파고들고, 아보카도가 으깨지며 크리미 한 질감을 더한다. 달걀노른자가 터지면서 모든 재료를 하나로 묶는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복잡한 듯 단순하고, 단순한 듯 깊다.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잡곡밥 덕분에 천천히 소화되는 게 느껴진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이 밥처럼.


요리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 한 끼는 그냥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낫토처럼 처음엔 낯설고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사실은 나를 지키고 있는 것들일지도 모른다.


끈끈할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음식도, 사람도.


낫토 아보카도 비빔밥 레시피 (1인분 기준)


<재료>

잡곡밥 2/3 공기, 시판 생낫토 1팩, 아보카도 1/2개, 달걀 1개, 상추 5장, 어린잎채소 10g , 조미김 1봉, 고추냉이 약간, 참기름 1/2작은술, 가쓰오 간장 1/2큰술


낫토를 젓가락으로 충분히 저어 끈기를 낸다

아보카도 씨를 제거하고 얇게 슬라이스

달걀 프라이 (반숙 추천)

상추어린잎채소를 씻어 물기 제거

조미김은 가늘게 채 썬다

⑥ 그릇에 밥을 담고 재료를 순서대로 얹은 뒤, 고추냉이·참기름·가쓰오 간장을 두르고 김을 올린다



‘낫토 한 팩에서 시작하면 된다. 오늘 저녁, 그걸로 충분하다.‘ -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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