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한 개로 오늘 저녁은 이탈리아

<멜란자네>

by 박정민

No-93

매거진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튀기지 않아도 충분히 근사한, 구운 가지의 재발견

<멜란자네>


'멜란자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먼저 왔다.

이탈리아어로는 그냥 '가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어가 요리 이름이 될 때는 조금 달라진다. 튀긴 가지 위에 토마토소스치즈를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워내는 이탈리아 전통 요리. 상상만 해도 묵직하고 진한 맛이 느껴지는 이름. 아마 이탈리아 어느 시골집 할머니의 부엌에서 완성된 레시피가 아닐까, 괜히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나는 오늘 그 요리를

내 방식으로 조금 바꿔 만들어봤다.

원래 멜란자네가지를 기름에 튀기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게 정통이고, 그게 맛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프라이팬에 구웠다. 기름을 적게 쓰고, 가지 본연의 맛에 더 집중해보고 싶었다. 가지를 어슷하게 썰어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리고, 프라이팬 위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이때 가지가 내는 소리가 좋다. 지글지글, 수분이 빠져나가며 익어가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달큼하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요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신호다.


애호박도 함께 어슷 썰어 같은 방식으로 굽는다. 가지보다 수분이 많아 조금 더 빨리 익는다. 노릇하게 구워진 단면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잘라 소금, 후추를 뿌려 따로 준비해 둔다.

소스를 만드는 과정이 이 요리의 핵심이다. 양파를 잘게 다져 프라이팬에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며 단맛이 올라올 때, 토마토소스를 넣고 함께 졸인다. 이 순간 부엌 전체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냄새로 가득 찬다. 거창한 재료 없이도 이 향 하나만으로 오늘 저녁이 특별해진다.


이제 쌓아 올릴 차례다.

오븐 용기에 양파 토마토소스를 먼저 깔고, 그 위에 구운 가지와 애호박, 방울토마토를 차곡차곡 얹는다. 마지막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아낌없이 뿌린다. 층층이 쌓인 재료들을 내려다보면, 이게 요리인지 작품인지 잠깐 헷갈린다. 그리고 170~180℃ 오븐에 넣고 기다린다.


10분에서 15분. 그 짧은 시간 동안 오븐 안에서는 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치즈가 서서히 녹으며 가지애호박 위를 감싸고, 토마토소스의 산미가 부드럽게 정리되며, 방울토마토가 터질 듯 익어간다. 오븐 유리창 너머로 치즈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괜히 두근거린다. 집에서 이런 걸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뿌듯하다.


완성된 멜란자네를 꺼내 스푼으로 떠먹는 첫 한 입. 쫄깃한 가지, 부드러운 애호박, 진한 토마토소스, 그리고 녹진하게 늘어나는 치즈. 뭐 하나 튀지 않고 모두가 제 역할을 한다. 밥 위에 얹어도 좋고, 그냥 빵과 함께 먹어도 훌륭하다.


사실 이 요리, 생각보다 훨씬 쉽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칼질이 서툴러도 되고, 오븐이 없으면 에어프라이어로도 충분하다. 필요한 건 가지 한 개,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들,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 한 봉지뿐이다. 소스는 양파를 볶다가 토마토소스를 붓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오븐이 알아서 해준다.


요리 이름이 이탈리아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멜란자네는 결국 구운 채소 위에 치즈를 녹인 요리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가 만들어도 맛있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권하고 싶다. 오늘 저녁, 가지 한 개를 집어 들고 부엌에 서보자. 냄비도 뚝배기도 필요 없다. 프라이팬 하나, 오븐 용기 하나면 충분히 근사한 이탈리아 저녁이 완성된다.


한 번 만들어보면 안다.

왜 이 요리가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식탁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랑받았는지를.


멜란자네2.png

멜란자네 레시피 (2인분 기준)

<재료>

가지 1개, 애호박 1/3개, 양파 1/2개, 방울토마토 5개, 모차렐라 치즈 60g, 토마토소스 200cc, 식용유·소금·후추 약간


가지·애호박 어슷 썰고 방울토마토 반으로 잘라 소금·후추 뿌리기

② 프라이팬에 가지·애호박 앞뒤로 노릇하게 굽기

양파 다져 볶다가 토마토소스 넣고 졸이기

④ 오븐 용기에 소스 → 구운 채소 → 방울토마토 순으로 올리고 모차렐라 뿌리기

⑤ 170~180℃ 오븐에서 10~15분


"오늘 저녁,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멜란자네>에 도전해 보세요!"


#박정민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요리하는아재 #박주부 #아재주부 #황금반찬양념레시피 #가지요리

#가지롤라티니 #당뇨에좋은요리 #당뇨식단 #추천레시피 #멜란자네 #이탈리아할머니식탁요리


매거진의 이전글냉장고 속 골뱅이 통조림이 파스타가 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