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매서운 바람이 오래된 창문 틈새로 파고들던 어느 날, 저는 연말정산 서류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서류는 팔순을 넘긴 어머니의 것이었죠. 상가시장의 낡은 의상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을 열고 닫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언제나 제 마음에 안쓰러움과 존경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한결같지 못한 수입, 끝없이 이어지는 병원비 걱정, 끼니마저 자주 거르면서도 "괜찮다, 괜찮아"라고 매번 웃어넘기시던 그 모습. 그 가느다란 어깨가 어찌나 무거워 보이던지요. 세상살이의 온갖 짐을 혼자 짊어진 사람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서류 한 귀퉁이에 적힌 숫자에 눈이 꽂혔습니다. '종교후원금 10,000,000원.' 천만 원이라니요. 순간, 눈을 의심했고 몇 번이나 숫자를 다시 세어보았습니다. 매달 백만 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한 달 한 달을 살아가시는 어머니가 그 큰돈을 헌금하셨다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텅 비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며 정성스레 작정헌금을 내셨을 거예요. 그 믿음의 깊이에 숙연해지는 마음도 잠시, 왠지 모를 분노가 식지 않고 심장 한구석에서 꿈틀거렸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어머니를 보며 배웁니다. 하지만 반짝반짝한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삼천만 원, 오천만 원씩 헌금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만, 저는 속이 뒤집혀 버리곤 합니다. 교회의 성직자, 지도자분들은 정말 어머니처럼 어려운 신도들의 사정을 헤아려본 적 있으실까요. "무리하게 헌금하지 마세요", "형편껏 하시는 게 옳아요" 이 한마디 따뜻한 말조차 건네지 못하는 걸까요.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때로는 위로와 사랑이 아니라, 강요와 억압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아마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이 야속함에 목이 잠기곤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순수한 신앙과 고운 믿음을, 아들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토달 수는 없었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어머니께 말씀드렸죠. "어머니, 하나님께 영광 돌리셨으니 꼭 큰 축복이 올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채 이야기했지만, 제 안에는 뜨거운 통증이 번져왔어요. 눈물이 자꾸만 맺혔지만, 그마저 내 감정이 들킬까봐 애써 참았습니다. 저는 그저 어머니께, "다음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날씨도 추우니 감기 조심하세요" 하고 인사만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지금 내게 허락된 유일한 도리였습니다.
바랍니다. 어머니의 순수한 믿음이 밝게 빛나는 세상, 어머니처럼 억울한 눈물을 삼키는 이들이 없기를. 착취가 아니라 진짜 축복으로 자신들의 신앙이 돌아오기를요. 그것이 아들로서 반드시 지켜드려야 할 어머니의 믿음이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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