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칭찬으로 키워봤습니다
가끔은 나도 퇴근하고 싶다
하루 종일 '엄마'라는 직업만 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하루 12번 분유 타고, 7번 기저귀 갈고, 4번 토사물 닦고 나면,
가슴팍에 이름표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 아기 엄마" 말고, "출근 중인 인간 김○○씨"라고.
그래서 오늘도, 남편을 다룬다.
아기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하게.
남편이 제대로 작동해야 내가 1시간이라도 쉴 수 있으니까.
"육아는 공동육...이라 쓰고, 아내의 솔로육으로 끝나기 쉽다."
나는 아기를 돌보고, 남편은 나가서 돈을 번다.
밖에서 돈 버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인 건 알지만,
그래도 내겐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
나는 외국에서 살고, 도와줄 가족도 없다. 오직 우리 둘이서 헤쳐 나가야 한다.
나는 육아는 팀플이라 생각한다. 그
런데 팀원이 NPC라면,
결국 내가 다 캐리해야 한다.
회사생활에서도 이런 경험 많지 않았나?
그래서 고민 끝에, ‘남편을 좀 잘 다뤄봐야겠다’는 꾀를 냈다.
남편 훈련 시뮬레이터
일단, 나는 남편 밥은 굶기지 않는다는 주의라
아기를 보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맛있게 먹어" 하고 씩 웃으며 아기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 남편이 말했다.
“이제부터 밤엔 내가 애기 볼게."
"가끔 주말에 나가서 좀 놀고 와."
이 말을 듣는 순간, 진짜 감동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이랬다.
아기가 울면 남편은 ‘안고 있는’ 게 아니라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기저귀는 갈긴 가는데, 엉덩이가 반쯤 보이게 채워졌고... (하...)
육아하다 보면, 남편의 "도와줄까?"는 사실
"네가 중심이고, 난 그냥 가끔 도와줄게"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도움되는 조수”*로 훈련시키기로 결심했다.
훈련법
1.구체적인 명령을 내린다
“좀 봐줘”는 노노.
“20분 동안 애를 안고, 울면 트림시키고, 침 묻은 거 닦아줘”까지 말해야 실행된다.
2.칭찬은 남편도 춤추게 한다
아이가 이유식 잘 먹으면?
“우와~ 자기가 먹이니까 더 잘 먹네!”
살짝 오바하는 칭찬이 남편을, 가정용 알바생에서 ‘풀타임 부조수’로 만들어준다.
3.무시하지 말고, 기대하지도 말고
'남편은 애 못 봐'라고 단정하면, 그 사람은 진짜 영영 못 본다.
처음엔 서툴러도 맡기고, 실수는 웃으며 넘겨야 슬슬 실력이 늘어난다.
맘에 안 든다고 뭐라 하지 말자. 우리 중 누가 처음부터 잘했나?
결론: 남편은 다룰수록 늘어난다
육아는 협동게임이 아니라, 남편 훈련 시뮬레이터다.
처음엔 답답하지만, 남편이라는 NPC가 점점 기능을 익히고,
어느 날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먹을때 된것같아서 분유 타놨어"라고 말할 때.
그땐 진짜, ‘아… 애 낳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 온다.
그래서 오늘도 남편을 다룬다.
비위 맞추고, 웃음도 섞어서. 기왕 하는 거, 유머도 곁들여서.
그리고 나는 오늘도 연기력을 갱신 중이다.
“요즘 진짜 잘하네~”
“오~ 다 해놨네, 땡큐!!”
“와~ 아빠 최고지~?”
남편은 진짜 잘하는 줄 안다.
그리고 그 착각이, 나에겐 소중한 1시간의 자유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남편과 싸우지 말자. 칭찬해서, 뽕 뽑자.
그게 바로, 육아 동지 훈련 시뮬레이터의 숨겨진 스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