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급속노화에 대한 당황
육아하다가 잠깐 숨 돌릴 때.
화장실 거울을 보면, 나는 진심으로 놀란다.
…어라, 누구세요?
거울 속 저 여자는 분명 나인데,
어딘가 낯설다.
분명히 나인데, 나 같지 않은 얼굴.
아기를 낳으면 늙는다—
그런 말, 아무도 내게 해주지 않았잖아?
산후탈모 같은 건 사실 이미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근데 이 급속노화는…
진짜 예정에 없던 코스였다.
어느새 눈가에 주름이 늘고,
팔자 주름은 또 왜 이리 선명한지.
전체적으로 얼굴 위에 뭔가 모르게
‘늙은 느낌’이 얹혀 있었다.
괴롭다.
진짜로.
그래서 요즘 ‘저속노화’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걸까?
지금의 난 팩 한 장 붙이기는커녕
스킨 → 에센스 → 크림
이 3단계 루틴도 너무 벅차서
요즘은 그냥 올인원 크림 하나로 퉁치고 있다.
… 물론, 퉁쳐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안 되겠다.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겠다—
생각하던 어느 날, 기묘한 일이 생겼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너의 마음을 알고 있어~"
라고 텔레파시라도 보내는 듯,
울쎄라, 써마지, 피부 시술 영상이
연속으로 추천되는 거다.
이건 뭐랄까.
무언의 권유일까,
무성의한 개입일까.
아무튼,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나는 원래 ‘시술은 절대 안 해’ 파였는데,
요즘은 솔직히 60% 정도 넘어간 상태.
돈+시간만 허락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상담 잡을 것 같다.
아기를 임신해 있을 때,
애 둘 낳은 친구가
“나 내년에 가슴수술할 거야.”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아니 아니 왜… 굳이? 굳이?"
하면서 말렸었는데—
요즘은 그 마음, 조금은 이해된다.
나는 모유수유도 안 했는데
왜 가슴까지 급속노화됐는지.
정말 미스터리다.
물론,
평생 20대 초반의 싱그러움을 유지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아온 노화는
아직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어찌할 바를 몰라 남편한테 하소연했더니
"괜찮아~ 아직 예뻐."
라는 전형적인 빈말이 날아왔다.
그리고 그 말 끝에
"근데… 흰머리가 조금 보이더라?"
라는 친절한 덧붙임.
아주 별말 아니었지만,
그날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그래.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
나도 안다.
그래서 바란다..
이왕이면 예쁘게.
이왕이면 우아하게.
이왕이면, 조금 더 느리게.
그래서 올해 내 생일 소원은 단 하나다
저속노화.
그리고, 조금 더 예뻐지게 해 주세요.
진심으로 그뿐이다.
진짜, 여자로선 너무 힘든 숙제지만—
아기를 안고 있는 이 낯선 얼굴도,
지금 이 몸도,
매일 밤 피곤에 절어 잠드는 나조차도—
나다.
낯설지만,
분명히 내가 맞다.
결국은 나인걸. 어쩌겠냐..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저항하고 싶은 기분이다.
진짜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그렇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거울 앞에서 조용히 미소라도 한번 짓고 자려고 한다.
억지 긍정일지라도.
이게 나니까.
(조금 쓰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