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30분, 자존감 -30%

‘누가 더 잘사나 게임’에서 조용히 로그아웃합니다

by Asparagus


SNS는 진작 끊었다.

아예 탈퇴한 건 아니고, 그냥 눈팅용 유령회원으로 살고 있다.

특히 아기 낳고 나서는,

쓸 데 없는 비교질 하느니 접자는 마음으로 멀리했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아기가 낮잠 자고, 오랜만에 한숨 돌릴 타이밍.

잠깐 이유식 레시피나 좀 찾아볼까 하고 인스타를 켰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인스타그램: 입장


한번 들어가면 출구가 없는 그곳.

남의 잘난 하루가 멀티캠처럼 펼쳐지는 환상의 나라.

첫 화면부터 아주 화려했다.


세 식구의 첫 호캉스

#육아템 #아기와호캉스”

“아기랑 발리 다녀왔어요! 비행기 탈 땐 이 꿀템 꼭 챙기세요!”

“아기랑 다녀온 제주 3박 4일

#유모차여행 #아기와여행”



다들 아기를 데리고 그렇게 여행을 간다고...?

나는 아기랑 피크닉 한번에도 체력 고갈인데?


특히 “호텔에서 아기침대 대여 가능해요”라는 정보에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아기침대가 호텔에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걸 실제로 대여해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게 더 놀라웠다.


순간, 멍해졌다.


‘나 너무 게으른 건가?’

‘다들 여행 다니고, 호캉스하고 그러는데…

나는 뭐지…?’


물론, 나도 상상은 해봤다.

아기랑 호캉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호캉스’가 아니라

장소만 바뀐 풀코스 육아 투어에 가까웠다.

해외여행은 더더욱 꿈도 못 꾼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전쟁인데

비행기 안에서 똥기저귀…?

…어후, 상상만 해도 탈진이다.


그렇게 내 피드는

내 삶에 없는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 찼다.

반짝반짝, 여유롭고 빛나는 얼굴들.

호텔 조식, 흰 침구, 바다, 맑은 하늘.

30분 전까지만 해도

"이 삶도 나쁘지 않네" 싶었던 나는

갑자기 회색 배경의 조연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30분.

딱 30분 만에 내 인생이 초라해졌다.


다행히 내 안의 '현실 담당 이모'가

등짝을 세게 때려주셨다.


"야 이 가시나야 또 시작이네~

남은 남이고, 너는 너지.

누가누가 더 잘사나 싸움에서

네가 이겨본 적 있니? 아니잖아.

그거 이기면 또 다음 라운드야.


이건 끝이 없는 비교 월드컵이라고.

결승도 없고, 트로피도 없고,

끝판왕도 없어.

너만 지쳐.

그만 봐."


현실 이모의 일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피드를 끄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저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우리 아기랑 바꿀래?”


“ 아니! “


“남편이랑도?”


다시 한번, 확신에 찬 “ 아니! “


나는 우리 아기가 좋다.

가끔 잠결에 머리카락 쥐어뜯고,

말없이 응가 터뜨려놓고 날 빤히 쳐다봐도,

아주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웃음 하나에 녹아내린다.


남편은... 뭐랄까.

말하자면 ‘내 발에 딱 맞는 구두’ 같은 사람이다.

예쁘고 고급지진 않지만

신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물집 하나 없이 나를 오래 걷게 해주는 그런 구두.

그 둘은

어떤 호화로움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그리고 나는 오늘,

아기 낮잠 재우고 혼자 커피 한 잔 마셨고,

밤엔 남편이랑 드라마 한 편을 웃으며 봤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별거 없는 나의 하루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바꾸고 싶지 않은 하루.



나는 인스타그램 속 '누가 더 잘사나 게임'에서

조용히, 확실하게 로그아웃한다.

이 삶을 바꿀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바꾸고 싶지 않아서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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