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력이라는 능력치

by Asparagus

일본에 와서 처음 들은 단어 중 하나가 ‘女子力’이었다.

여자력.


처음엔 조금 웃겼다.

마치 RPG 게임에서 “힘 +5, 마법력 +10, 여자력 +8”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 남자력은 어디서 얻는 거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여자력’은 실제로 쓰인다.
“오~ 여자력 높네!”
“오늘 여자력 올랐네!”

심지어 잡지엔 ‘여자력 테스트’ 코너까지 있다.


한국의 ‘여자다움’이 주로 외모와 스타일의 영역이라면,
일본의 ‘여자력’은 행동과 디테일의 영역이다.


식사 후, 가방에서 곱게 접힌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살짝 닦는 행동.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비치된 에어드라이어 대신 자신의 손수건으로

손을 탁탁 닦는 모습.


그리고 결혼식.

울 준비를 하듯, 깨끗한 하얀 손수건을 가방에 챙겨간다.

그건 마치 “오늘 나는 예쁘게 울거야”하는 듯한 다짐.


여기까지가, 일본 여자력의 기본 스탯이다.

하지만 진짜 감탄은 그 다음이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나와 함께 타고 있던 한 여성이

문이 열리기 직전, 아주 자연스럽게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손수건을 꺼내

버튼 표면을 한 번 ‘슥—’ 닦았다.


‘와… 이런 것까지 배려한다고?’

경의의 놀람이였다.


일본의 여자력은 그런 식으로 존재한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퍼퓸의 잔향처럼 공기를 바꾸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의 마음결까지 살짝 다듬어 놓는다.

묘하게 기분 좋고, 조용히 세련됐다.


그래서일까.

한국 남자들이 일본 여자에게 약한 이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건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여자력의 하이라이트는, 말투다.


작은 선물을 하나 받아도

“에에에~!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하며

양손을 흔들고, 눈이 하트가 된다.


작은 실수를 해도

“스미마셍… 정말 죄송해요… 완전히 제 탓이에요…”

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한국인의 눈에는 다소 과장되어 보이지만,

그 ‘과장’이 귀엽다.

약간 안쓰럽고, 동시에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여자력이 거창한 건 아니다.

결국 그건,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기술이다.


별것 아닌 얘기에도 재밌게 웃어주고,

작은 선물에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상냥한 말투, 따뜻한 시선, 배려의 손끝.


그 조각들이 모여

‘이 사람과 있으면 괜히 대접받는 느낌이야.’

라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일본의 여자력은 기술이다.

누군가를 부드럽게 안심시키는 기술.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기술은 꼬시고 싶은 남자가 있을 때

전략적으로 써보면 아주 좋다.


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다.


나는 이미 실험을 마쳤다.

샘플은 한 명, 결과는 성공.


그렇게 나는,

우리 남편을 꼬셨다.


그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계산된 여자력 +10의 발동이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지금도 유효하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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