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은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조용했던 하루
오늘 하루 또한 조용했다. 큰 일이 일어난 것 없이. 시험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뭐 아무렴 어때. 요즘은 엄마가 늦게 주무시는 덕분에, 오후 1~2시 즈음 까지는 눈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일어나는 시간이 곧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조금은 늦게 자도 충분히 잠을 보충할 수 있다. 그래도 잠은 자도자도 졸리긴 하다. 점심을 먹으면 식곤증이 몰려오는 건지, 혈당스파이크가 오는건지는 몰라도. 점심 때는 빵과 과일, 떡, 계란을 항상 먹어서, 영양가가 불규칙적이진 않을텐데. 최근에는 나름 내 몸의 건강을 위해 멀티비타민이나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구입해 챙겨 먹기도 한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
평소에 보내는 하루는 이렇게
점심 때는 여유롭게 집에서 쉬면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가방을 챙겨 스터디카페로 갔다.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야 내 양심의 가책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때문에. 물론 오늘 공부량이 당연히 많지는 않았다. 강의를 듣기 위해 챙겨온 노트북은 항상 디스코드를 확인하며, 내가 없는 사이에 전 연인이나 친구가 들어오진 않았나 확인을 수시로 하면서, 약간의 불안과 긴장을 가지며 책을 보는둥 마는둥 했다. 확실히 나는 정신적 여유는 제로 인 것 같다. 이 불안함과 불편함이, 하루 빨리 사라져서 신경쓰지 않게 되는 단계 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밤 11시 즈음이 되고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기 전에는, 항상 내 집 뒤에 있는 놀이터 단지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고 들어간다. 헬스장 이용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나태의 끝판왕을 보여줄 것 같기에, 나와의 작은 약속인 것이다. 그 후에는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린다. 오늘 하루,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굳건히,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인간관계 또한 원만하게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끝내고선 집에 돌아가 찬물로 땀에 젖은 몸을 씻어내고선 컴퓨터 앞에 앉아 가볍게 게임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자기 직전, 엄마의 한마디
새벽 2시 즈음. 엄마가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슬슬 자라고. 그 다음에는, 친구와 내일 저녁이나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알고 있냐면 부모님께 친구와 가볍게 싸웠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은 내가 단순히 친구와 싸운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화해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 친구는 좋은 친구니까, 잘 화해하라고 카톡이 온 것이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순전히 내 잘못으로 친구가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껴 나와 거리를 멀리 둔 것인데, 그 연락을 보니 괜히 부모님께 미안해지고, 나 자신도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친구를 만나는 건 극소수 였기 때문에, 부모님도 내가 나갈 때마다 항상 누구를 만나는지 대충 알고 계셨다. 중학교 친구들과도 전부 연락을 끊은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부모님한테 최근까지는 내 친구들 얘기 밖에 없었다. 근데 그런 극소수의 친구들 마저 나와 멀어졌으니, 부모님한텐 죄송스러운 마음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기만 했다. 앞으로 나는 정말 외톨이로, 쓸쓸하게 지내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내게 남은 건 동네친구 한명과 디스코드 그룹 사람들 뿐이다. 이 디스코드 그룹 마저 내가 나가게 된다면 난 99% 혼자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내 인간관계가 더 이상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고, 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