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을 향한 부모님의 걱정
어렸을 적 꿈은 군인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 BB탄 총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으며, 그와 관련한 것들에 관심이 생겼었다. 특히나 티브이에서 보이는 멋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활약하는 특수부대원들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유치원 시절 내 꿈은 군인이었다. 군인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총도 매일 볼 수 있고, 티브이에서 보던 멋있는 장비들도 직접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건 나를 위한 일이야!
하지만 군인이라는 꿈은 금방 바뀌었고, 의사가 되었다가, 대통령이 되었다가, 프로게이머가 되었다가... 지금은 이렇게 길을 방황하고 있는 취준생이 돼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늘 그랬듯이 구직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에어소프트건과 관련된 채용공고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검색창에 '에어소프트건'을 검색했다. 아무것도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딱 하나, 그것도 어쩌면 내가 꿈꿔왔던 채용 공고가 있던 것이었다. 바로 에어소프트건 매장에서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였다. 나는 바로 자소서를 약간 수정을 하고, 곧장 지원서를 제출했다.
대졸이 매장에서 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렇게 연락을 기다리다가,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면접 날짜까지는 어렵게 잡았고, 그다음은 가장 어려웠던 관문인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제목처럼 '대졸이나 되는 사람이 매장에서 일을?'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시는 부모님이었기에, 설득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결과는 뭐 당연하게도 내 의견은 완전히 거절당했고, 이 일 때문에 부모님과 크게 다투면서 지냈었다. 나는 최대한으로 고집을 부리면서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부모님은 극구반대를 하면서 안된다고 하셨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교도 졸업해서 학사학위까지 있는 내가, 고작 매장에서 일을 한다는 게 부모님의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큰 곳이 아니더라도, 작은 곳이라도 회사에 들어가서 내가 공부했던 경영 쪽으로 커리어를 쌓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상황에서 내가 4년 동안 공부했던 경영을 내팽개치고 매장에서 총을 팔겠다고 하니, 부모님 입장에서도 확실히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됐을 테지.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지 않아?
본인이 어떤 길을 걸어왔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강한 의지를 가지고, 굳건하게 나의 길을 가면 된다. 성인이 되면 내 길을 직접 찾아서 개척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은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못하고, 내가 직접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데, 선택해도 내가 선택하고, 책임을 져도 내가 지고,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 게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하고, 이런 경험들이 뼈와 살이 되어 나의 미래에 큰 도움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면서 안된다고 생각하며 안 하는 것보단, 옳은 판단이 아니더라도, 험난한 길이 예상될지라도, 날 믿고 시도라도 해보는 게 무엇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부모 이기는 자식 없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과 몇 일 동안 아주 거친 마찰이 오고 갔다. 나는 나대로 고집을 부렸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극구반대를 하며 마찰이 이어졌다. 그러다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세안도구와 여벌 옷을 챙겨 집을 나와 서울에 개인적인 사무실이 있는 친구같은 형에게 도망치듯이 찾아갔다. 그 형에게도 미안한게, 당일날 갑자기 연락해서 가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물론, 그 날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부모를 등지고 사는건 옳지 않아...
그 형을 만나고서, 한숨을 계속 쉬면서 부모님과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했다. 내 얘기를 들어주고, 그 형도 여러가지 얘기를 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한마디는 제목으로 써둔 한마디였다.
난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말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머리가 복잡하고 심장이 빨리 뛰고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집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그 형은 내게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날 위한 조언을 해주면서 나를 진정시키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사무실에서 자고 가려고 했지만 갑작스레 찾아갔던 지라 그러지는 못했다)
그 누구라도 부모님과 싸우면서 지내기는 싫어한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고, 사회에 나갈 때까지 열심히 챙겨주는 고맙고 감사한 부모님에게 나도 보답해주고 싶고, 상처를 주고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의견을 고집하며 사이를 망가트리는 대신, 타협을 선택했다.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방향을 바꾸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 쪽으로 말이다.
그래도 괜찮아. 난 행복하게 지낼거야
물론 타협을 하긴 했지만, 내가 하고싶었던 일을 하지 못한 거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다. 사실 이번 일 말고도,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서 부모님이 반대하신 적인 몇 번 더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더욱 마찰이 강했고, 내 고집도 강했었다. 더 이상 내가 하고싶은 일에 대해서 반대 당하기 싫었기에 반항심이 더 커진 것 같았다.
내가 한 선택을 보고 "그래도 하고싶은게 있으면 더 강하게 밀어붙였어야지! 바보처럼 맨날 도망칠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 강하게 의견을 내세우고, 부모님이 큰 소리를 내면서 뭐라고 하더라도 면접을 봤더라면 지금쯤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형이 말했듯이, 부모님과 등지고 살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 길이 아니더라도, 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다른 길은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