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과 함께하는 동반자
떨쳐낼 수 없는 감정, 영원한 동반자인가?
나 자신이 반추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반추 멈춰!'라고 속마음으로 말하면서 멈추려고도 하고, 의욕이 바닥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 맨몸운동을 통해 몸을 움직여 활력을 되찾으려고도 하고, 창문을 열어 바람도 쐐곤 하지만, 방청소를 매일 해도 생기는 먼지처럼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안 좋은 생각들과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느낌은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월요일,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자 대부분이 싫어하는 요일.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안고 살았으니 요일 탓을 할 필요는 없겠지. 이 감정과 느낌은 불쾌하고 짜증이 난다. 어쩌면 난 이미 우울증에 시달리고 거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의지부족, 게으름, 나태함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본다. 내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뭐라고 그렇게 호들갑이야? 너무 병적으로 과민반응 하는거 아니야?
10시~12시 즈음에 눈을 뜨고,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뜨게 만들며 핸드폰으로 알람을 확인하고 시간을 본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일어나서 물컵에 물을 받고, 주전자에 물을 담아 물을 끓이는 소리가 들리겠군"
내가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방 밖에서 이 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눈이 떠진다. 흡사 군대 기상나팔이랑 비슷하다. 소리가 들리는 순간 온 몸에 긴장을 하게 되고 겁부터 먹게 된다. 이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햇빛을 가렸던 커튼을 올리고 창문을 열어 방을 환기시키고, 방에서 나와 양치와 세수를 하며 하루를 시작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눈이 뜨자마자 기운이 빠지는 걸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든 내 할 일을 하면 될텐데. 그리고 부모님은 나보고 "당장 취업해!"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것 같다. 카페나 도서관이 아닌 집에서 할 일을 하는 취준생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나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120만명이나 쉬고 있다고? 미쳐버리겠네 정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뉴스 중 하나. '쉬는 청년 120만명, 역대 최다' 취준생인 내가 봐도 경이로울 숫자였다. 취업문이 좁은 것은 알고있었고, 전체 통계는 15세~29세 까지로 큰 폭으로 잡았다고는 해도 이렇게나 많은 청년이 쉬고있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그런 뉴스를 보면 더욱이 체감이 되고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는 불안함이 더 커지게 된다. 그들도 마냥 쉬는 것이 아니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고있을 뿐일텐데.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라는 가슴아픈 생각도 하게 된다.어쩌면 저 쉬는 청년에 곧 내가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지치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긴 하니까. 그냥 전부 내려놓고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움직여야지. 뭐라도 해봐야지. 120만명 전부가 취업을 포기한 인원들이 아닌 것처럼, 나도 포기하지 않고 해보련다.
그래도, 너는 불안하지 말아줘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취업을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직장인 못지 않게 일찍 일어나 학원을 가거나, 혼자 힘으로 카페나 도서관 같은 곳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서류에 합격해 다음을 위한 면접 준비를 하거나. 이런 과정에서 나 처럼 갖가지 생각에 휩싸이고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쳐가는 사람들도 많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자소서 그만 수정하고 싶다고. 취업도 포기해버리고 싶다고. 그냥 잠에 들어서 영원히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나도 똑같이 생각하곤 한다. 자주.
그럼에도 너는 나처럼 불안, 걱정, 압박, 눈치, 긴장, 두려움, 반추 같은 느낌과 생각들을 여러분들은 안해줬으면 좋겠다. 정말로. 나는 지금도 느끼고 있기에 이 느낌과 생각이 얼마나 불쾌하고 짜증나는지 알고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런 나도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너에 비해 정말 잘난 것 없는 내가 말이다. 너무나도 진부한 말들 뿐이지만 너는 더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잘하고 있다고, 부족하지 않다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