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버리지 못한 것들을 붙잡고 있었다.
네가 적어준 짧은 메모, 대화가 남아 있던 채팅창,
함께 찍은 사진 한 장까지.
처음엔 그것들을 놓으면,
정말로 너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깊은 곳에 숨겨두듯 쌓아두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기억을 정리한다는 건, 잊는 게 아니었다.
다시 꺼내보지 않아도 이미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걸.
네가 있던 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 삶의 결로 스며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진첩을 닫고, 메시지를 지우고,
네 흔적이 묻어 있는 물건들을 손끝에서 놓아주었다.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붙잡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 내 발목을 잡지 않을 뿐이다.
정리라는 이름으로, 나는 네게서 조금 더 멀어지고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
너 없는 풍경은 여전히 낯설지만,
이제는 그 풍경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내 안에 남은 너의 기억조차도
이제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