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눈탱이의 나라

by 삐아노


얼마 전 우리나라 ㅇㅇ시장에서 논란이 터졌더랬다.

속임수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 말이다.

당연하지만 절대로 모든 상인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닐 테다.

특정 몇이 전체의 물을 흐리는 게 아닐까.



파나마에서는 더욱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나는 이를 미니 눈탱이, 작은 눈탱이라고 칭하고 싶다.

왜냐하면 파나마에서 속임수는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의는 언제나 필요하다.



눈탱이 사건 몇 개의 썰을 풀어보겠다.


1. 리모컨


당장 근래에 있었던 일이다. 집 텔레비전을 연결시키고 싶어서 tigo(가장 유명한 통신사 회사)에 연락하여 사람을 불렀다. 연결은 허무하게도 리모컨을 몇 번 누르니 끝났다.

근데 직원이 리모컨이 잘 안 된다고 바꿔야 된단다. 어디서 바꾸냐니 대리점 가서 사거나 자기한테 사면된단다. 가격을 물어보니 11? 12? 달러? (온쎄 도쎄)이랬다.


처음엔 대리점 가서 사겠다고 하니 바로 알았다고 하질 않고 주절주절 뭔가를 이야기하는 거다.

지금 사라는 건가 싶어서 남편한테 연락 후 그냥 지금 리모컨 사겠다고 하니 그 사람이 주차장에 가서 가져왔다.


어떻게 결제하면 되냐고 물으니 본인한테 주란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느 회사가 개인에게 돈을 주라고 하겠나. 딱 봐도 본인이 돈을 먹으려는 수작임이 여실했다. 영수증을 줄 수 있냐고 하니 안된단다.

남편에게 연락하니 뭔 일이 있을지 모르니 시시비비 가리지 말고 (나는 여자 혼자 집에, 그 상대는 덩치 큰 남자) 달라는 대로 주되, 혹시 모르니 야삐로 주자고 했다. 야삐는 파나마 전 국민이 사용하는 이체 앱이다.


야삐로 보낸다고 하니 당황해하며 없단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없다고!? “하면서 수상쩍은 눈초리로 고개를 갸웃거리니 그는 마지못해 어떤 번호를 불러줬다.


본인 이름이 아니라 어떤 여자 이름이다. 아 와이프구나. 본인 이름으로 보내면 증거에 남으니 가족 이름으로 보내라고 하는군. 돈을 보냈더니 싱글벙글하다. 가고 나서 보니 옛 리모컨이 사라져 있다. 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리모컨 비용은 10달러이다. 홈페이지 곳곳에 우리는 뇌물을 받지 않고 청렴한 기업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참나.


셋 중 하나일 테다.


1. 본인이 리모컨을 몰래 몇 개 슬쩍하고 고객에게 팔아서 돈을 모두 갖는다.

2. 12불 중 10불은 회사에 내고 2불은 본인이 갖는다

3. 고객에게 이중청구를 한 뒤, 따지면 증거가 없으니 모르쇠 한다.


만약 3번이라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2. 차 수리비


차 에어컨이 고장 나서 수리를 하러 갔다.

100불 선에서 수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점검을 기다리는데, 사장이 좀 비싸게 나왔단다. 그러면서 그가 견적서를 뽑으려는 찰나 스몰톡을 통해 내가 어디 사는지를 무심코 밝히게 됐다. (외국인이 많이 시는 동네) 갑자기 잠깐만 하더니 컴퓨터 키보드를 다시 두드린다. 이내 견적서를 뽑는다. 금액을 보니 879달러다.


그냥 내 느낌인데, 비용을 더 추가한 느낌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좀 깎아서 수리했다. 깎은 비용도 많이 이득이었는지 꽤 흡족한 표정이었다. 나한테 많이 깎아준 거라고 하던데 전혀 믿지 않는다. 날 언제봤다고 나만 많이 깎아주겠나. 그럴 리 없다.


조금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차 수리비를 보내줘야 하는데 남편이 회사 일로 연락이 안 되어 돈을 지불할 때까지 1시간을 내 기다렸다. 내 명의의 계좌가 없어서 남편이 해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거다.

이때도 정말 큰 무기력함을 느꼈다.



3. 드롭 더 5불


신분증을 갱신하러 갔는데 주차할 곳이 아예 없었다. 근처 마트에 대니 경비원에게 쫓겨났고, 결국 한 일본 자동차 매장에 가서 주차 직원에게 주차비를 5불 줄 테니 주차시켜 달라고 했다. 알았단다.


용무를 끝내고 나와서 5불을 주려고 하니 뭐라 뭐라 말한다. 남편이 회사 직원에게 전화하여 통역해 달라고 연결시켜 주니 내용인즉슨 10불을 주되, 저기 cctv에 걸리지 않게 돈을 이쪽 땅에 몰래 떨어뜨리고 가란다.

허 참나. 그새 5불을 올렸다. 남편은 노. 씽꼬 를 외치며 요구한 장소에 5불을 떨어뜨렸다.



4. 가짜 주차요원


콘서트가 있는 날을 주의해야 한다. 형광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차를 인도하고 주차를 시켜준다. 근데 그 사람들은 진짜 직원이 아니라 그냥 아무개다. 그저 푸른 조끼 입고 직원인 척하는 거다.


하루는 재즈 공연을 보러 갔는데 주차요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를 하고 나니 5불을 요구했다. 앞에 사람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도 안 줬다. 끝나고 나오니 공연장에 대문짝만 하게 주차비 무료라고 쓰여있다.


차로 가는 길에 아까 그 가짜 요원이 계속 따라붙는다. 여기는 주차비 무료인데 왜 돈을 달라고 하냐고 말하니 팁으로 달라면서 끝까지 따라왔다. 기분이 나빠진 남편이 1불을 줬다.



5. 부패 경찰


난 아직 경찰한테 걸린 적은 없지만 경찰에 걸리면 국룰이 있다. 20달러를 쥐어줄 것.

남편이 회사에서 큰 이슈가 생겨 꼴론에서 시티까지 빠르게 와야 하는 일이 있었다. 너무 급해서 그만 속도위반에 걸렸나 보다. 근데 정말 하필이면 그때 지갑에 100불짜리밖에 없었단다.

울며 겨자 먹기로 100불을 줬다는데 듣는 나의 속이 뒤집어졌다.



6. 계산 실수


계산 실수는 정말 많고 흔하다. 잘못 찍은 것, 누락된 것 셀 수 없다. 실수를 지적하면 계산원은 뚱한 얼굴로 매니저를 불러 찍은 아이템을 지울 뿐이다. 계산원에게 사과를 들어본 역사가 없다. 파나마에서 물건을 사고 나서 반드시 영수증을 확인하자. 세일 품목도 확인하자.




해외에 살면서 손해 보는 건 당연하다.

손해보지 않으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단 튀는 외국인인 데다가 언어가 안되고 시스템도 잘 모르고 위험하니 돈 조금 손해 보더라도 무탈하게 지나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남편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강도를 혹시나 만나게 되면 바로 다 빼서 주라고. 당연하다. 금붙이, 핸드폰, 지갑 등 10초 만에 몽땅 내어줄 예정이다. 그래야 된다.



그럼에도 대놓고 눈탱이를 치는 일은 달갑지 않다.

무엇보다 무기력한 기분이 든다.


며칠 전 꿈을 꿨다.


유리잔에 든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목구멍에 날카롭고 자잘한 유리조각들이 가득 찼다. 삼키지 않고 밀어내려 했으나 조각들은 계속 밀고 들어왔다.



견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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