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에 와서 달라진 점 하나는 바로 쇠약해진 몸이다.
한국에 있을 적에 감기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걸릴까 말까였고 독감과 코로나는 내 생에 걸린 역사가 없었다.(물론 나도 모르게 걸렸을 수도 있으나 진단받은 적은 없다)
내가 과외하던 학부모님께 오늘 너무 아파서 수업을 못하겠다고 연락한 적은 2-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수한 일이었다.
그러던 나인데…!
파나마 오고 나서부터는 부쩍 몸이 안 좋아졌다.
가장 큰 증상은 몸살 기운이 항상 있다는 거다.
우리 집은 에어컨대신 선풍기를 틀고 지내는데, 더운 낮에도 선풍기 바람이 춥고 뼈가 아려서 견디지 못할 때가 많다.
저녁 한 8시 즈음이 되면 그 정도가 심해진다. 기분 나쁜 오싹함이 온몸을 돌아 담요로 몸을 꽁꽁 싸매는데 따뜻함이 별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몸에 어른 곰 한 마리가 얹어진 듯 축 쳐지고 방금까지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던 사람처럼 극심한 피로가 밀어닥친다. 마치 몸살 나기 직전의 상태처럼 말이다.
집안일이나 수업 등 뭔가 한 일이 많은 날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 날들도 귀신같이 밤이 되면 몸이 아파온다.
거의 매일 반복이다.
이걸 느낀 지가 꽤 됐다.
게다가 딱 하루나 이틀 잠을 잘 못 자는 순간 후비루 증상이 시작된다. 코 뒤로 콧물이 넘어가며 목구멍에 고춧가루를 뿌린 듯 칼칼하게 매워지고 여기서 더 심해지면 결국 앓아눕는 엔딩을 맞는다.
나는 평생토록 위가 아픈 걸 몰랐던 사람인데 여기서 난생처음으로 위장장애를 겪어보기도 했다. 호머 심슨이 바트 심슨의 목을 잡듯 위가 미칠 듯 조이면서 고열이 났다. 온몸이 너무 몸이 아픈데 밖에서 누가 벨을 눌러서 옷을 갈아입다가 팔을 들 힘조차 없어서 입다 만 채로 쓰러진 적도 있다. 초인종이 연거푸 울렸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당장 최근에 새벽에 극심한 복통으로 깨서 구토와 동시에 다른 곳으로도 쏟아낸 적이 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노로바이러스 인가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종교가 없는데 신을 찾았다. 배를 칼날로 후비듯 쥐어짜는데 결벽증인 내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질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르게 먹은 게 없는데 난데없는 복통이었다.
왜 이렇게 몸이 약해졌지?
의문이 든다.
운동을 안 해서 라기엔 한국에서부터 몇 년간 꼬박 해오고 있고 여기서도 주 4회씩 웨이트와 유산소를 하고 있다.
먹는 것 역시 외식이나 배달이 너무 비싸니 일주일 14끼 중 12끼를 직접 만들어먹는다.
나의 뇌에서 떠오르는 이유가 세 가지 있다.
첫 번째. 고층
나는 한국에서 많은 기간 동안 저층에서만 살았다.
그러다가 파나마 와서 처음으로 초고층에 살게 되었는데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하듯 초고층은 사람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여실히 느낀다.
두 번째. 습도
추워지면 더 질병에 잘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온도보다 습도가 더 무서운 녀석이었다. 습도가 90프로인 나라라 곰팡이는 여기저기 피어오르지, 호흡기에 좋지
않지, 환기하면 습도가 더 올라가지, 끝없이 닦아내야 하니 집안일은 더 늘어나지, 총체적 난국이다.
세 번째. 걷기
애석하게도 걸어 다닐 곳이 없다. 도로는 아주 좁고 횡단보도는 거의 없는 차 위주의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고 대중교통 타고 또 걷고 아파트 단지 돌고 이런 개념이 없다. 바로 앞 강아지 산책이나 1분 컷 슈퍼, 카페 갈 때 빼고는 무조건 차를 탄다. 나는 걷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정처 없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걸었던 삶이 너무나 그리워 죽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고 코가 막혀있다.
물론 집 페인트칠이랑 옷장을 뒤엎어서 닦고 정리하고 버리는 걸 했지만 고작 그거 했다고 코가 막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