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프라노의 슬픔

by 삐아노

밝은 그 세상을 좇아

작은 발가락을 움찔거리며 내달려간 곳에는

딱딱하고 둥그런 바닥과 바스락거리는 천, 까만 타이를 맨 선생님이 보였어요.

나는 얇은 파니에를 꽉 부여잡고 뱁새처럼 동동거렸습니다.


피아노의 도르르 흘러가는 소리는

심장을 멎게 할 정도로 두근거렸답니다.

R. 슈트라우스의 알러젤렌 (Allerseelen, 위령제)을 들어보셨나요?

아름다움에 한껏 홀려 나도 모르게 그만 힘이 빠져버릴 듯했지만

조그마한 가슴을 한껏 부풀린 채로 말간 얼굴을 뽐냈어요.


영롱하게 박힌 보석들이 그대들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죠.

심장의 고동소리를 타악기 삼아 청아한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높고 여린 반짝임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스펀지 케이크처럼 보드라운 조각들을 둥실둥실 띄웠습니다.

넘실거리는 파도에 먼저 가버린 영혼의 넋을 레제다 꽃향기와 옅은 눈망울로 감싸 안았습니다.


아뿔싸!

너무 세게 껴안았던 것일까요.

그만 팔을 놔버리고 말았습니다!


대롱대롱 마구 걸린 음표덩어리들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갖은 기억들이 몰려서 머리카락을 마구 잡아당기는 동안

나는 그저 분홍빛으로 물들어버린 손을 꽉 쥔 채 안쓰런 바닥만 연신 눌러댔지요.


그대와의 오월을 떠오르는 대로 웅얼대다가

앙앙거리며 돌아온 따뜻한 대기실에는

G. 포레의 클레르 드 뤼느(Clair de Lune) 악보와

붉은 아마릴리스와 연보랏빛의 물망초가 어우러진, 작은 꽃바구니 한 개가 놓여있었답니다.



The Song (1916) - Ivan Gregorovitch Olinsky (American, 1878-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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