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해고하다

by 삐아노

파나마에 오고 난 후 약 1년 넘게 혼자서 집안일을 도맡아 해왔다. 결혼하고 첫 살림이었다. 한국에서는 항상 부모님과 지냈고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으니.



집이 너무 더러웠다.

사람이 안 산지 8개월이 된 집이란다.

바로 옆이 바닷가라 그런지 곰팡이, 먼지가 수북했다.



1년 동안 집안일하다가 몇 번 앓아누웠다.

둘이서 살기엔 꽤 큰 집이었다. 물론 다른 분들이 거주하는 거대한 집에 비하면 작았지만 혼자 큰 집을 치우고 닦고 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른 한국분들이 어떤 특정 가사도우미를 쓰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도 소개를 받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4-5시간에 30달러!!

4시간 8만 원인 한국에 비하면 무척 매력적인 금액이었다.



처음 썼을 땐 신세계였다. 그렇게 더럽건 화장실이 반짝반짝해졌다. 역시 전문가는 달라!

청소도우미는 니카라과에서 온 40대 여성이었다.



집안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기에 평상시 전혀 틀지 않는 에어컨을 부엌과 거실에 틀어주고 항상 간식을 정성껏 만들어주었다. 파스타, 요거트볼, 과일, 쿠키, 피자, 토마토수프 등등.

다른 분이 그렇게 잘해주지 말라고 하셔서 그런가? 싶었는데 나도 집안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 잘 챙겨주고 싶었다. 한국 기념품도 주고 옷도 주고 뭐.. 그랬다.


몇 개월이 지났을까- 요새 들어 슬슬 늦게 오고 일찍 가기 시작했다. 내 추측으로는 내가 해달라고 부탁한 일을 본인이 능력이 좋아 빨리 끝내서 빨리 가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빨리 끝낸다는 건 대충 한다는 뜻이 되기도..)


1시 반경 오던 것이 1시 50분 내외에 오다가 최근 들어 2시를 넘겼다. 빨리 오면 2시 10분, 보통 2시 30분에 오기 시작했다.


언제 올지 모르니 1시 40분부터 내리 기다렸다.

어느새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해 달라는 걸 설명할 때 표정이 좋지 않은 것, 청소 위생이 그다지인 것, 보이는 것만 대충 청소하는 것으로 또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청소 시간도 3시간 30분으로 줄었다. 그리고 청소하는 내내 너무 피곤했다.

오늘은 또 얼마나 일찍 갈지 뭘 청소시킬지 매번 생각하고 걱정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이 조금 줄어드는 것뿐, 하고 가면 나머지 부분 청소와 보충 청소로 피곤해져 갔다.


그만 쓰고 내가 혼자 할까 몇 번 고민도 했더랬다.

그러다가 또 보면 말 꺼내기도 좀 그렇고 그냥 좀 더

지켜볼까 싶어서 고민 중이었다.

그러던 오늘 일이 터졌다.


마찬가지로 1시 40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행여나 알람을 놓칠세라 다른 일 하면서 틈틈이 알람을 확인했다. (바로 문을 안 열어주면 문자에 전화가 빗발친다)

두시 반이 되었는데 안 온다. 문자가 왔다.


가고 있는데 좀 늦을 거 같다 미안하다고.


알았다고 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안 오더니 결국 3시 20분에 왔다.

시간을 버린 느낌에 짜증이 났지만 끝나고 시간 지켜달라고 이야기해야지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장을 보고 집에 와서 강아지를 씻기고 남편 요리를 준비했다.

6시 10분쯤. 그러니 3시간도 채 안되었을 무렵

마지막 루틴인 쓰레기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끝났냐고 하니 그렇단다. 부탁한 선풍기 청소가 하나도 안되어있다고 말했다. 겉에만 청소하는 줄 알았단다. 내가 선풍기 나사를 풀고 클로록스로 닦는 것을 보여주었다. 새카만 먼지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보고 있더니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나가더니 마지막 루틴을 마무리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 버렸다.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파나마에서 이렇게 화난 적은 두 번째였다.


가겠다고 나온 시간이 6시 20분경.

화가 나서 손이 떨렸다.

현금을 지불하고 눈앞에서 번역기 글을 읽었다.


Últimamente ha llegado tarde y se ha ido temprano varias veces, y hoy también ha sucedido. Me gustaría que hoy fuera su último día de trabajo. Le agradezco mucho todo lo que ha hecho hasta ahora.


내용인즉슨 요새 시간이 엉망이다. 오늘까지만 나와달라.이다.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알았다고 하고 간 다음

청소부탁한 구역을 보니 이건 한 건지 만 건지.



남편이랑 아는 분께 전화를 걸어 다다다다 이야기하니 조금은 나아졌다. 알고 보니 다들 불만족하지만 손 안 타고 쓸 사람 없어서 그냥 쓰는 거란다.


아까 생각하면 또 부글부글 하지만

이제 앞으로 목요일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그냥 힘들고 지저분해도 내가 하련다!!


한국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다들 같은 고민인 것도 신기했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약 11개월동안 지낸 정이 있던건지…

마음이 무겁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