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지 일 년 정도 지났을까?
남편과 오랜 상의 후 강아지를 키우기로 했다.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유기견센터였다.
여기는 한국처럼 유기견 센터가 잘되어있지 않을뿐더러 그 몇 없는 강아지들은 족히 30킬로는 넘어 보이는 대형견들 뿐이었다.
다리 길고 마른 체구의 파나마 하이브리드견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비행기에 같이 태우고 가야 해서 소형견을 찾고 있었는데 없었다.
동물용품샵에 가끔 보면 울타리 안에 어린 품종견들을 넣어두고 판매하고 있었다.
그 어린 강아지는 사람을 보자마자 나를 데려가달라고 울타리를 부수듯 온몸을 다해 짖고 꼬리를 흔들었다.
너무너무 안쓰러웠지만 샵 강아지를 삼으로써 그 산업을 이어가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어려운 발걸음을 떼었다.
파나마에는 중고나라 같은 사이트가 있다.
구글에 검색하니 그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자기들이 키우는 강아지가 집에서 낳은 새끼 강아지들을 홍보하는 게시글이 가득했다.
며칠 지켜봤다. 소개가 아주 엉망이긴 했다. 딱 봐도 섞인 품종인데 푸들, 몰티즈, 비숑 마음대로 종을 갖다 붙이고 사진도 딱 한 두장 올린 성의 없는 게시글이 대다수였다.
몇몇 사람들한테 문의도 해봤다.
한 마리는 이미 누가 데려갔다고 하고 한 마리는 너무 귀여웠는데 엄마 아빠가 10킬로가 넘는다고 하여 보류..
그러던 중,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를 올린 게시글이 눈에 띄었고 연락을 해보니 어제 태어난 아가들이란다!!
종은 푸들이라고 하며 부모사진을 보내줬는데
엄마는 푸들, 아빠는 뭐지 모를 약간 삽살개 스타일이었다.
첫눈에 반하여 마지막 남은 여아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하고 책임비를 입금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을까 이제 젖을 떼도 된다고 데려가란다.
아니 보통 3개월 후에 분양하지 않나…?
물어보니 자기도 한 달째에 데려와서 분유 먹여서 키웠다고 그냥 데려가란다. 너무 어린 거 같아서 겨우겨우 미룬 게 5주였다.
미리 집을 치워놓고 각종 강아지용품을 구비해 놨다. 카펫이며 어린이 매트도 깔아놨다.
알브룩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기 전 얼마나 떨리던지!!
만났을 때 정말 내 생각보다 훨씬 더더 작은 아기강아지가 있었다. 담요로 폭 감싸주었는데 무서웠는지 덜덜 거리고 있었다.
그 첫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집에 오자 덜덜 거리던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바로 인향 가지고 놀고 난리법석이었다.
첫 순간을 비롯 아기 때 귀여운 사진이 정말 많은데 지금 해당 핸드폰 액정이 사망하여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하… 퍼피 시절 정말 힘들었다.
몸집이 작아 부엌과 안방에 쳐놓은 울타리 사이를 들어와서 깽판을 쳐놓고 내내 낑낑거리고 여기저기 물어뜯고 쉬야며 응가며 정신이 혼미했다. 한 번은 밤비가 아주 큰 울타리를 넘어뜨려서 햄스터집이 떨어져서 (다행히 햄스터는 그 집에 없었다) 크게 혼냈더니 세탁기 뒤로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힘들어서 귀여웠던 시절을 그냥 보내버린 거 같아서 아쉽다.
그리고 푸들이라고 했지만 전혀 푸들스럽지 않았다. 사실 믿지도 않았고 당연히 믹스라고 생각했다. 믹스니만큼 도대체 다 크면 어떤 모습일까? 너무 궁금했다.
밖에 데리고 다닐 때면 리트리버 아니냐는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다. (착하고 순둥한 리트리버 덕 좀 봤다!)
지금 다 크고 나서 수십 종의 강아지 얼굴과 비교하며 추측한 결과! 장모 닥스훈트와 몇 종 더 섞인 거 같다는 우리만의 결론을 내렸다.
밤비의 조상이 너무 궁금해서 한국 가면 유전자테스트도 해볼 예정이다
지금 우리 밤비는 최고의 보물이다. 우리 이쁜 딸!
너무 착하고 똑똑하고 예쁘다. 나의 사랑!!
바로 어제 높은 습도로 인해 입가 털도 자꾸 빠지고(벌써 병원만 세 번 갔다.)
염증으로 발이 퉁퉁 부어 병원 다녀온 뒤
또 넥카라를 쓰고 있다.
저 밑에 달린 건 밤비의 입이 발에 닿아 오늘 내가 티셔츠를 잘라 기워준 것이다. 여기엔 강아지가 편한 넥카라가 없다. 옛날 플라스틱 카라뿐. 저 넥카라도 한국에서 어렵게 공수한 거다.
여담이지만 파나마에서 반려동물용품 사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키우는 사람은 정말 많고 강아지 다들 환영하는데 용품 퀄리티가 정말 별로다. 제조만 해결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