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긴축재정

by 삐아노

오늘 파나마와 엘살바도르의 월드컵 예선 축구경기가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집까지 오는데 장장 2시간이 걸렸다(…)


방금 전 밖에서 여러 자동차들이 클락션을 마구 울랴대길래 보니 파나마가 3:0으로 이겼다. 승리의 기쁨을 빵빵 소리로 만끽한다. 이럴 때면 파나마 사람들이 참 귀엽다.





달러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단다. 오늘 보니 1465원. 거의 최고가를 찍은 게 아닌가 싶다. 숨이 턱 막혀온다. 긴축재정에 돌입한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돈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었다. 친정어머니가 사위에게 우리 딸의 특장점은 뭘 사질 않고 알뜰하다는 거라고 말할 정도다.

타고난 성향인지라 여기서도 비슷하지만 물가가 워낙 비싸고 달러를 쓰니 체감이 덜해서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한다.


스스로 더 아낄만한 구석을 찾아보았다.


1. 외식 및 배달 자제


나 혼자서 배달은 1년에 한두 번 시켜 먹는다. 정말 아플 때 정도? 아끼고 싶은 것도 맞지만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올려다 주는 직원 마주치고 팁 고민하는 게 정말 싫어서인 것도 한 몫한다. 시켜 먹느니 간계밥으로 때우는 게 편하다.


여하튼 평일에는 요리 수제 공장을 돌리다가 남편과 주말 저녁에는 피자나 치킨, 중국요리 같은걸 곧잘 시켜 먹곤 했다. 피자를 먹으면 $35, 치킨은 $40 중국요리는 $60 정도다.


외식은 기본이 $70, 한식 특히 고기 먹으면 $100은 우습게 넘는다. 아까 남편한테 달러 환율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한국에서 배달시킬 때 정말 비싼 게 회 같은 거 4만 원대였잖아. 보통은 2-3만 원대고. 근데 여긴 한 끼에 8만 원 대야. 이런 어마무시한 금액은 시켜본 역사가 없어. 앞으로 주말 저녁에는 파스타나 고기, 닭갈비 등을 돌려먹자.


2. 안 먹는 음식들

은근히 냉장고에서 버리게 되는 음식이 있다. 2인 가정이라 그런지- 살 때 진짜 내가 먹고 싶고 먹을 것만 담아야겠다. 안 좋아하는 파파야인데 왜 1.x$ 에 혹해서 담았을꼬. 손도 안 대고 곰팡이 펴서 버렸다. 장 볼 때도 미니멀 규칙을 적용해야겠다. 음식에 손을 댄 후 정말 먹고 싶어서 설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3. 홀린 듯 사게 되는 무언가 조심하기.

파나마라는 이국적인 나라의 특색이 어린 물건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홀릴 때가 있다. 또 시즌인 만큼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도 그렇다.

근데 막상 사면 또 그다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번에 콜론 여행 갔을 때 할머니가 직접 만든 수제 바구니 아주 작은 사이즈를 홀린 듯 $8에 사 왔는데 막상 사고 나니 쓸 데가 없다. 그래서 알코올 스왑 넣는 바구니로 쓰고 있다. 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게 맞는지.


수제 바구니



4. 아시안 마트 덜 가기

파나마에서 한식을 해 먹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할랄푸드나 코셔 푸드를 사 먹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너무나 먼 이국적인 음식이기에 당연히 비싸다! 꼬북칩이 한 봉지에 4.8$이고 신라면 5묶음이 9.5$ 이면 말 다했다. 또 아시안마트를 가면 눈이 돌아 쓸어 담게 된다. 원래도 3-4주에 한 번 가는데 앞으로도 그런 주기로만 갈 예정이다. 로컬마트의 로컬 식재료를 활용하면 더 아낄 수 있다.


5. 미술학원비용

온전히 날 위해 쓰는 돈은 한 달에 $100도 안된다. 다이어트한답시고 일주일에 한 번 하던 나 홀로 카페 투어도 끊었다. (근데 살은 안 빠짐.) 케이크랑 커피 10불대 정도 쓰는 게 소소한 낙이었는데-


어쨌든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한 번 갈 때마다 $25이다. 금액을 떠나서 처음에는 꽤 즐거웠는데 점점 흥미가 사라졌다. 학원 느낌이라기보다는 혼자 그리는 방식이고 배우는 건 2분 남짓인 화실 느낌이기도 하고, 조용히 그리는 게 아닌 여기 문화답게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면서 그리는 것도 피곤하고 그림이 물리적으로 쌓여가는 것도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달에 두어 번 겨우 억지로 가곤 했는데 이제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가고 당분간 쉬어볼 생각이다.


6. 무차차 비용

지난 글에도 썼듯이 가사 무차차를 해고했으니 월 $120을 아끼고 있다.



참, 오늘 전기세 고지서가 나왔는데 $98 나왔단다. 만세!!!! 선풍기로 살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참고로 주위 대부분 $300-400 정도 나오고 우리도 초반에는 $400 나왔다. 여기는 내내 습도 90프로에 기온 30도인 한여름 나라니까.




엄마나 남편이나 스트레스받으니 너무 아끼지 말라고 한다.

근데 나는 오히려 생각 외의 지출이 많아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아껴도 이미 돈 나갈 데가 많다! 숨만 쉬어도 줄줄 샌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게 몹시 충분하다. 더 이상 원하는 것이 그다지 없다.

지금 가장 원하는 건 계란 한 판과 달콤하고 시원한 만다린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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