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그 스트레스 속의 아름다움

by 하늘마루

디자인은 창조의 예술이자, 동시에 감내의 예술이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일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시각·그래픽·편집디자이너로서 매일 마주하는 것은 흰 화판(디자인을 하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위의 가능성과, 그 뒤에 숨어 있는 무거운 압박감이다.


상업디자인의 세계는 예술의 세계와 다르다. 그것은 철저히 목적을 가진 디자인이다. 누군가의 취향, 누군가의 브랜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팔리지 않는 디자인은 상업디자인될 수 없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감성을 담아내되, 늘 타인의 세계 안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 업체마다 다른 색깔, 다른 방향성, 다른 욕심이 있다. 그 다양함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때로는 끝없는 수정과 요구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을 준다.


시안 작업을 시작할 때의 설렘은 잠시다. 처음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반짝이며 세상을 바꿀 듯 하지만, 컨펌(confirm) 단계로 들어가면 그 반짝임은 자주 깎이고 다듬어지며 점점 현실의 형태로 변한다. 그 과정에서 수십 번의 수정과 보완, 그리고 그에 따른 정신적 소모가 이어진다. 내가 만든 디자인이 내 손을 떠나 점점 다른 누군가의 취향으로 변해갈 때, 마치 내 아이를 조금씩 잃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놓을 수 없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의 두근거림, 머릿속에 스치는 이미지들이 구체화되는 짜릿함, 그리고 완성된 디자인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의 눈길을 끌 때의 벅찬 감동은, 그 어떤 스트레스도 잠시 잊게 만든다. 그 찰나의 기쁨이 있기에, 다시 또 마감과 수정의 늪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삶은 늘 모순 위에 서 있다. 창의와 현실, 감성과 상업, 자유와 제약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 모순 속에서도 디자이너는 결국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우리의 본능이고,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자인이란, 고통 속에서 피어난 예술이다. 스트레스는 이 일의 그림자이지만, 그 그림자조차도 디자인의 일부다. 나는 오늘도 그 무게를 견디며, 또 하나의 색을 세상에 더한다.


— 한 디자이너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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