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일상이자, 언어이다
디자인의 길을 걸으며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완벽해 보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족하거나 과한 디자인일 수 있다. 그 상대적인 평가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결국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피드백과 수정 요청 속에서 내 디자인 철학이 휘청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디자인을 하고 있는가?”
디자이너의 마음속엔 늘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하나는 예술가로서의 나, 또 하나는 직업인으로서의 나. 예술가의 나는 자유롭고 싶어 한다. 색의 배치, 여백의 호흡, 형태의 리듬—all of it—그 모든 것을 내 감각대로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직업인으로서의 나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방향, 시장의 흐름, 판매 전략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 두 목소리 사이의 줄다리기가, 어쩌면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지쳐서 모든 걸 놓고 싶을 때도 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밀려올 때면, 내 책상 위의 오래된 시안들을 꺼내 본다. 완성까지 수십 번을 고치며 밤을 새웠던 작업들, 그 속엔 나의 성장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때 다시 느낀다. “그래, 결국 나는 디자인을 사랑하니까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거야.”
디자인은 나에게 일상이자 언어이다. 사람들은 글이나 말로 세상과 소통하지만, 나는 이미지와 형태로 세상과 대화한다. 한 장의 포스터, 한 권의 책 표지, 하나의 로고 속에도 수많은 의미와 감정이 숨겨져 있다. 그것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그 찰나의 인정은 세상의 모든 피로를 덮을 만큼 따뜻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또 다른 프로젝트, 또 다른 시안, 또 다른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분명히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수없이 고치고, 지치고, 때로는 좌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지나 완성된 결과물이 내 앞에 놓였을 때, 그 순간의 희열이 내 손끝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디자이너의 삶은 고단하다. 하지만 그 고단함 속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기쁨이 있다. 그것은 ‘창조의 기쁨’이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기쁨, 그 감정이 나를 이 길 위에 붙잡아둔다.
결국, 디자인은 내게 고통이자 행복이며, 싸움이자 예술이다.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오늘도 하나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수많은 밤을 새우며 만들어낸 이 흔적들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영감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것이 디자이너로서 내가 꿈꾸는 가장 큰 보상이다.
— 끝없이 디자인하는 마음으로